Onward
건조한 판타지 세계에서 찾아가는 믿음이라는 마법
★★★★☆
꿈과 희망이 가득한 마법의 세계. 어린 시절에 보던 동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나오던 것들이다. 한때 이런 것들이 어딘가에 실제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숨겨진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세상 보는 눈이 점점 넓어지면서 알게 된다. 그런 환상적인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된 사실과 발견으로 이루어진 현실적인 곳이라는 걸. 어째서 그 시절의 나는 믿었던 것일까. 아니 믿었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확신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런 노력 없이 많은 걸 바라는 허황된 것이 아닌, 아주 작은 것이라도 간절히 바라고 포기하지 않는 믿음에서 나오는 기적을 말이다.
뭔가 흔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보기에 따라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이 애니의 첫인상이다. 판타지에 근본을 두지만 판타지 요소가 부정당하는 세상. 더 쉽게 말하자면 현대화된 판타지 세상. 흔히 아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익숙함 보다는 괴리감이 먼저 들 것이다. 현대화의 영향으로 습성이 바뀐 판타지 종족들의 모습에서 여러모로 문화충격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이걸 나름대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익숙해서 오히려 이상하다. 익숙해서 특색 없어 보인다. 이 특색이 없다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요소들이 꽤 많이 나오는 편이라 감탄하게 되는 곳이 정말 많다. 그저 판타지 세상에 존재하는 각양각색의 모습이 평준화 되어버린 듯한 인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동화 뒤틀기와 유사하다 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딘가 다른 느낌이라고 본다. 단순하게 클리셰를 깨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판타지로 보여서 그렇다. 세상의 흐름에 치여 점점 소외 받다가 자취를 감춰버렸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작중 주제와의 연관성 있는 것으로 두 가지가 있다. 잊혀진 전통. 그리고 잃어버린 가족과의 추억.
스토리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긴 하나 다소 평이한 부분이 적지 않다. 집안의 비밀. 대놓고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겠다는 장치라는 걸 뻔히 알려주는 제한시간. 뻔한 고전 판타지 형식을 그대로 나타낸 듯한 모험극(배경 디자인마저 어딘가 반지의 제왕에서 본 듯한 비슷한 느낌이다.). 너무 기본적인 것만 나와서 오히려 개성 없어 보이는 마법. 잃어버린 판타지라는 이름 값을 못한다는 인상이기도 하다.
캐릭터 면에서도 그렇다. 아무 것도 잘하는 것 없는 겁쟁이지만 숨겨진 재능이 있는 주연. 바보 같고 민폐를 저지르는 사고뭉치지만 가족만큼은 정말 아끼는 든든한 형. 자녀들을 위해서라면 용감해지는 엄마. 가족들만 아는 상황을 전혀 이해 못하는 외부인들 등등. 하나 같이 흔한 클리셰거나 판에 박힌 캐릭터다. 잃어버린 판타지를 찾아간다는 컨셉과 의미면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신선함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겠다. 그래서 재미가 있느냐? 뻔한 것만 감안하면 어느 정도 재미있게 볼만 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생각보다 스릴과 속도감이 보장되는 전개에 믿음이라는 요소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많아서 어딘지 모르게 몰입이 된다. 이 믿음이라는 요소도 만능 아닌 만능 요소나 다름없어 뻔한 전개라 할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치트키나 근거 없이 밀고 나가는 단순함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아주 단순하게 나타냈으면 모를까 믿음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나타내서 너무 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겉으로만 나타나는 모습뿐만 아닌 내면의 생각과 마음까지 진솔해지기 위한 시행착오와 연습. 이걸 직접적인 묘사로 보여줌으로서 재능이라는 흔한 설정이 전부가 아닌 마법. 이 믿음을 강조하려고 한 탓인지 과도한 갈등요소가 나오지 않아 굉장히 편안하게 볼만 하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가족과 판타지라는 두 가지 메인 요소가 있음에도 어느 한쪽이 소홀히 되지 않았다는 점도 재미를 보장해주는 부분 중 하나다. 처음부터 밀접한 연관성 있게 스토리를 시작해도 진행도중 틀어지거나 비중 분배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봤다. 어느 한 쪽을 재미있게 띄우다보면 다른 한 쪽이 소외되고, 그 상태로 다시 균형을 맞추려 하다보면 스토리 전체가 휘청거리게 된다. 함께 시작한 두 가지 요소가 결국에는 따로 놀거나 불균형으로 인해 개연성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애니는 그렇지 않다. 마법과 가족의 연결고리를 흐리지 않기 위해 함께 있다는 걸 계속 강조한다. 믿음이 있어야 이루어진다는 마법을 통해 보여주는 형제간의 우애. 다리만 존재하는 특성 때문에 대사 하나 없어 병풍이 되기 쉬운 아버지가 은근히 많은 존재감과 역할을 하는 점. 적은 분량이지만 믿고 함께 한다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는 어머니. 이 가족과 판타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마법도, 가족도 찾으러 멀리가지 않아도 가까이에 있다는 멋진 의미가 완성된다. 다만 가족 요소를 띄우기위해 결말에 다가갈수록 판타지 요소를 급하게 정리하는 감이 있어 이건 좀 아쉽다고 해야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되는 이 믿음이란 정확히 무엇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믿음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생각보다 여기저기서 아무렇게나 쓰이고 내뱉는 말이라 때로는 진정성 없는 단어로 보이기도 한다. 가식적인, 근거 없는, 거짓된, 불가능한. 본래 의미와는 정반대로 해석되고 남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기에 더 믿음이 환상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가 이루어지는 건 마법이 일어난 것과 같다.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게 이루어지니 기적과도 같다. 이건 믿음을 잃어버린 것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가까이에 있는 믿음을 찾지 못한 것일까. 믿음은 곧 마법이고, 마법이 곧 믿음이라는 게 이런 의미일 수도 있겠다.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2019) (0) | 2020.07.21 |
---|---|
스파이 지니어스(2019) (0) | 2020.02.06 |
레드 슈즈(2019) (0) | 2019.11.07 |
날씨의 아이(2019) (0) | 2019.11.06 |
붉은 거북(2016) (0) | 2019.03.1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