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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7: 신음하는 배수관

도서 BOOK/만화 COMIC BOOK

by USG_사이클론 2020. 7. 5.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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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7

 

이토 준지/시공사

일본 만화

★★★★☆

 

초자연 전학생

 초자연 현상을 탐구할 목적으로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하던 4명의 학생들. 어느 날, 전학생 츠카노 료가 오면서 갑자기 동네 곳곳에서 기상천외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상한 건 항상 츠카노 료가 나타난 곳에서 초자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인데...

 기묘한 모험극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이걸 점점 기괴한 묘사와 다소 이능력 배틀물에 가까운 연출이 이어져 말 그대로 초자연 그 자체다. 기묘함도 기묘함이지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현상의 연속이라 사실상 현실이 이세계에 침식 당하는 것이라 해도 될 정도다. 다만 강렬함에 비해 결말이 살짝 흐지부지 된 거 같다는 인상이다. 이것저것 벌여놓은 판은 엄청 큰데 작중 상황을 수습하기 어려우니까 적당히 때웠다 정도? , 작중 메인 인물인 츠카노 료의 성격을 보면 즉흥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긴 하다. 독자 입장에서 보면 그냥 무책임한 결말로 보이겠지만.

 

신음하는 배수관

 엄청난 결벽증을 가진 시메이 가족. 장녀 레이나는 누메이라는 지저분한 용모의 남학생에게 시달리는 탓에 하루하루가 힘들다. 그래서 동생 레이나는 누메이를 집 앞에 데려다 놓고 극심한 결벽증을 가진 어머니를 이용해 망신을 줘서 쫓아낸다. 그 이후, 시메이네 집 안의 배수관이 자주 막히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지나친 깨끗함과 상상조차하기 힘든 더러움이라는 상반된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기괴한 상황극이다. 스토리상 시메이 가족의 지나친 결벽증으로 인한 민폐가 도를 넘어서는 한편으로, 배수관에서 발생하는 소리와 간접적인 연출로 역겨우면서도 끔찍한 상상을 자극하게 하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자세한 정체를 보여주지 않지만 더러움을 느끼는 온갖 감각적인 묘사로 압박하는 식으로 미지의 공포를 살렸다고 본다. 사실상 사건의 당사자들 모두가 심각하게 문제 있어 보이는 상황에서 기괴한 일이 벌어지다보니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되는 건 덤이다. 결말이 살짝 급하게 보이겠지만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상상할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혈옥수

 안자이와 카나는 자동차를 타고 숲을 달리다 무언가가 부딪히는 바람에 사고를 당하고 만다. 결국 가까운 마을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중, 이상한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굉장히 독특한 형식의 흡혈귀 만화라 신선했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어느 낯선 마을에 우연히 들어오게 된 일행이라는 전형적인 형태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징그러운 핏덩어리들의 섬뜩한 묘사는 압도적이다. 유사 군집 공포증을 유발한다고 해도 될 정도다. 사실상 이걸 그리려고 존재하는 듯한 만화라 이 묘사만 빼면 다소 고전적인 흡혈귀 소설 같이 잔잔하면서 장황한 면이 있어서 보기에 따라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큰 결점 없이 절망적인 상황으로 깊숙이 몰아가는 전개라 나름 나쁘지 않게 볼 만 하다.

 

목매는 기구

 연예인이자 같은 반 친구인 테루미의 자살. 여러 추측들이 오가던 중, 테루미의 팬클럽 회원들을 중심으로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곧 사람 머리를 한 기구들이 나타나 습격하는데...

 평범한 일상에서 순식간에 초현실적인 공포로 뒤덮이는 전개가 놀랍다. 사실 이렇게 상황을 크게 만들어놓고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대충은 예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묘사가 분위기를 꽉 채워주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다.

 굉장히 뜬금없는 전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만화는 아무런 주제 없이 나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반부터 자살이라는 요소가 강조되고 점점 증식한다. 이 증식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가 바로 기구들이 마구 쏟아지는 시점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목매는 기구는 자살을 형상화 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닮은 것은 곧 나 스스로를 죽인다는 의미. 사냥하는 건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 죽을 수 있다는 것. 이 둘을 종합해서 나온 것이 바로 목매는 기구. 바로 죽음을 부추기는 자신의 모습이다. 또한 자살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이고 베르테르 효과라는 파급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화 속에서 일어난 초현실적인 상황은 아무런 맥락 없이 발생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이라 무조건 맞다 할 수는 없다. 어쩌면 작가가 적당히 기괴한 자살 사건을 연출해보다가 폭주해서 판을 크게 벌인 것일 수도 있고.

 

인형의 집

 전국을 떠돌며 인형극을 하는 아버지 탓에 늘 이사를 다녀야해서 불만인 가족들. 결국 형은 동생들을 버려두고 집을 나가버린다. 몇 년 후, 성공한 사업가가 된 형은 동생들의 소식을 듣고 집으로 초대한다. 그런데 형의 가족들은 인형처럼 실에 매달려 생활하는데...

 호러장르에서도 그렇고 특정한 대상과 사람의 위치를 뒤바꾸는 소재에서도 흔하게 쓰이는 것이 바로 인형이다. 아무래도 사람과 닮은 물체라는 점에서 초자연적인 것이든, 불쾌한 골짜기든 간에 여러 가지 활용하기 편한 건 사실이다. 이 만화의 경우는 인형하면 떠오르는 공포요소들을 다 집어넣은 것 같다는 인상이다. 말 그대로 인형의 집이다. 인형 공포로 가득한 집. 다소 뻔해 보이는 요소부터 상상도 못한 충격적인 모습까지 전부 들어있음에도 산만하지 않게 스토리를 끌어간다는 점이 굉장히 좋게 보인다. 다소 생략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 생략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조성해 결말의 기묘함을 더욱 확대시키기 때문에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탈피

 유치원 교사 모모코는 흉측한 외모를 한 치카라라는 아이가 거친 행동으로 다른 아이들을 위협하는 탓에 걱정이 많다. 치카라의 엄마와 상담을 해도 별다른 의미가 없던 중, 치카라는 친구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힌 짓을 하는 바람에 유치원에서 쫓겨난다. 그런데 이후로 치카라는 집에 가기 싫다며 모모코를 자꾸 찾아오는데...

 대체로 미스터리한 구성을 가지고 있으면 겉으로 들어난 것 이상의 충격적인 공포와 반전이 기다리는 편이다. 좀 뻔한 구성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점점 그 실체를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나 연출이 잘 살아 있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제목과 작중에서 나타나는 직접적인 암시를 보면 이 만화에 숨겨진 공포 요소가 무엇인지 대강 예상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뻔하기 보다는 더욱 몰입이 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예상은 되지만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 도대체 그것은 어떻게 묘사될까. 끔찍할 것이 분명한데도 굳이 들여다보게 되는 이상한 끌림. 공포와 호기심은 이렇게 강한 연결고리가 있다고 본다.

 결말의 허무함이 여기서도 지적되지만 적절한 곳에서 잘 끊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만화의 소재는 굉장히 단순한 거라 실체를 드러내면 그걸로 유통기한이 끝난다. 이미 앞에서 미스터리한 스토리를 풀어낸 것도 있기에 더 이상 길게 늘이면 오히려 지저분해지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허무하더라도 이렇게 결말을 내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다.

 

이상접근!

 뉴스로 접하게 된 항공기 사고. 거기에는 친구가 타고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비행기를 끌고 항공기를 직접 찾아나서는 대학 동기생들. 그런데 그들이 목격한 것은...

 굉장히 짧고 항공기 사고가 부각되는 것 말고는 딱히 특별한 것이 없는 내용이다. 가볍게 볼 만한 괴담 만화 정도긴 하지만 작중에 나타나는 소름끼치는 묘사 하나는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토 준지 작가는 뭐든 기괴하게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굳이 기괴한 괴물이나 징그러운 것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 것이 아니게 나타내기 때문이다.

 

땅속

 20년 전 뭍은 타임캡슐을 개봉하는 행사 때문에 모인 중학교 동창생들. 테라니시는 동창생들을 만나면서도 누군가를 계속 찾는다. 하지만 결국에는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와중에 메인 행사인 타임캡슐을 개봉하게 되는데...

 평범한 학창시절 추억을 다룬 짧고 잔잔한 내용으로 보이나 마지막 단 한 장면으로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는다. 지나간 시간이 추억이 된다고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지나간 시간이 현재에도 똑같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좋은 추억 보다는 기분 나쁜 추억이 많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을 묵혀도 변함이 없는 지난날의 원한. 그것이 실체화된 형태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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