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스/라떼
한국 만화
★★★★★
고양이에 대한 인상은 여러모로 묘하다. 자유로운 영혼, 변덕쟁이, 키우는 게 아니라 집사처럼 대접해줘야 하는 반려동물. 조금 복합적인 인상이면서도 결론은 귀엽다고 할 수 있다. 잠깐이었지만 고양이 한 마리와 지내본 경험이 있기에 가끔 길에서 보면 반가움이 앞선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요녀석들이 보는 세상은 어떨지 궁금하긴 하다. 진짜 집사를 필요로 하는 냥반인 걸까. 이런 상상을 담아 나온 것이 바로 이토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만화는 고양이 시점에서의 세상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주로 명화나 문화재를 바탕으로 한 패러디가 많이 보이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고양이가 할 법한 생각을 재미있게 나타낸 건 물론이고. 전지적 고양이 시점이나 다름없는 묘사로 냥반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재치 있고 유쾌한 게 보면 볼수록 매력 있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각 그림마다 심플하면서도 때로는 인상적으로 보이는 고양이 세상을 재치 있게 나타냈다. 때로는 장난끼 넘치게. 때로는 엉뚱하게. 사고 쳐 놓고도 당당하게. 고양이만의 상상이 들어간 환상적인 이상향. 고양이 입장으로 나타낸 역지사지. 밝고 유쾌한 그림 위주로 들어 있지만 종종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몇 개 있었다. 노묘 관련 그림과 로드킬이다. 아무리 날래고 제멋대로 구는 녀석들이라도 나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느껴져서 그렇다. 로드킬의 경우는 역지사지 형태로 그려낸 것이지만 길고양이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나 다름없다보니 어딘가 인상 깊게 보인다.
패러디 그림의 퀄리티가 생각 이상으로 높게 보여서 놀랐다. 그냥 고양이가 끼워져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명화 같은 경우는 그림 느낌을 거의 비슷하게 재현한 것이 많아서 그렇다. 다른 것들도 다 좋았지만 부적 그림이랑 토리천왕 그림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멋지게 봤다. 무엇보다 단순 패러디라 하기는 고양이 매력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어디에 넣어도 잘 어울리고. 원래 있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자연스러움. 그런데 다른 기법으로 해야겠다는 말이 있는 거 보면 이렇게 재현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을 거 같다.
고양이가 있어서 좋은 삶.
고양이를 통해 받는 영감.
고양이를 덕에 나오는 뜻밖의 아이디어.
고양이가 있어서 나오는 그림.
무한한 고양이 세계로 빠져들기에 이토리와 함께 하는 이 만화가 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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