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시공사
일본 만화
★★★★☆
멈출 수 없는 오만과 탐욕은 끊임없이 증식하고 배로 늘어난다.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도 좀 먹혀 들어가 결국에는 파멸하고 만다. 더 웃기는 건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이 생기더라도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또 다른 경쟁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다 똑같은 성질을 가진 개체인데 그 안에서도 우열을 가리려는 건, 멈출 수 없는 오만과 탐욕이 만들어낸 무한지옥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상식적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뒤틀려 있는 애증어린 동질감이라고 봐야 할까?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토미에는 여전하다. 죽여도, 죽여도 계속 증식하고. 일말의 동정조차 느낄 수 없을 오만함은 갈수록 커진다. 사실 이쯤 되면 토미에에 대한 피로감이 살짝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증식한다는 특징 때문에 스토리나 결말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계속 우려먹을 수 있는 캐릭터다보니 그렇다. 하지만 작가는 진부한 래퍼토리에 안주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한 모양이다. 이 캐릭터로 무엇을 어떻게 더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캐릭터의 결말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
징그러울 정도의 기괴한 증식과 인간관계를 망치는 과정은 더욱 다양해졌다. 단순히 남자와 여자관계를 넘어 가족, 부모, 형제 등등, 막장 드라마로 보일정도로 곳곳에 끼어든다. 도를 넘는 아름다움은 신체 일부에 대한 집착이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도 만들어냈다. 단순한 독점욕보다 더 무서운 일일지도 모른다. 더 무서운 건 증식된 개체들끼리도 서로 죽이려고 한다는 점이다. 물론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말이다. 이런 아름다운 괴물이 또 있을까.
후반부의 살인마 파트부터는 사실상 토미에 스토리의 결말부라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의 토미에가 보여준 특징을 보면 결말이란 게 존재할지 예상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불사신이나 다름없는 절대 오만의 집합체 그 자체이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악의 형태가 다양하듯 그걸 벌하는 심판도 각양각색일 것이다. 악은 어떻게든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죽이는 게 반드시 최선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에 준하는 심판이야 말로 제대로 죗값을 치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포는 어둠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아름다움이라는 빛의 공포가 더 무서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빛이 너무 강렬하면 눈을 멀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빛은 어딘가 안심할 만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방심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보니 제대로 된 실체를 보지 못하다 스스로가 뜯어 먹히고 있는지도 분간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4: 허수아비 (0) | 2019.03.09 |
---|---|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3: 지붕 밑의 머리카락 (0) | 2019.02.26 |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1: 토미에 1 (0) | 2019.02.07 |
소용돌이 [합본판] (0) | 2018.12.30 |
표류교실 [1, 2, 3권] (0) | 2018.12.28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