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자와 야스히코/북로드
일본 소설
★★★★
추리소설 속에서 가장 잔인한 살해방법이라면 단연 토막살인이다. 단순한 운반 목적이나 신원을 알 수 없게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는 하지만, 거기에도 해당되지 않으면 대체로 정신이 나갔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토막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단순하지 않다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상상할 수 있는가?
기상천외한 미스터리가 특징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답게, 이 소설은 토막 살인에 의한 토막 살인을 위한 미스터리다. 토막 살인이라는 게 잔혹성 또는 트릭을 위해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왜 토막이 일어났나, 왜 이런 토막이 벌어졌나 하는 걸 따지다보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목배기는 기본이고 오체분시에 거기에서 더 세밀한 토막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서 토막살인의 집대성이라 해도 될 정도다. 이것만 들어도 엄청 잔인하겠다 싶겠지만, 이상하게도 각 토막살인 사건의 관계자들은 너무 담담하게 지켜본다. 게다가 분위기가 좀 웃기게 흘러가는 구석이 있어서 블랙 유머 같다고 해야겠다. 보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진지한 면이 별로 없는 편이라 무거운 느낌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다.
많은 토막살인 중에서 가장 독특했던 것은 제 5인 해체 수호였다. 보기에는 시시할지 몰라도 토막 살인이 반드시 잔인할 것이라는 점을 깬 것이라 가장 인상 깊었다. 이를테면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사람도 죽지 않은 일상 토막살인 미스터리랄까.
이 연작집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세세한 수사 장면이 생략되거나 사건에 직접적인 개입 없이 간접적으로만 추리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미 벌어지고 있거나 끝난 사건의 전개과정을 듣기만 하고 아마 진실은 이럴 것이다, 하고 추측하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사가 주연으로 나오는 부분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우연이 조금 지나친 면이 있어서 이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름 기발하고 맞는 것 같은 추리라도,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우연과 만약에 라는 가정만 난무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탁상공론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게 작가의 완전 초기 작품이라는 점과 마지막 반전에 달렸다. 그 반전도 잘 이해하면 충격적이지만, 그냥 보면 그냥 정신없게 엮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최신작이 이 정도였다면...
참고로 여기에 등장하는 치아키는 작가의 시리즈 작품인 닷쿠 & 다카치 시리즈(한스미디어에서 번역판 발행)에 나오는 다카치 치아키다. 시리즈를 먼저 접했다면 작가의 데뷔작 속의 치아키를, 해체원인을 먼저 봤다면 시리즈 속에서 이어지는 치아키를 보면 좋을 것이다.
제목이 치아키의 해체원인이지만, 치아키라는 인물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내용은 몇 파트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치아키냐? 그건 결말을 보면 다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작품은 토막살인 단편집이 아닌, 토막살인 연작이다.
블랙 톰의 발라드 (0) | 2019.12.08 |
---|---|
흑백 (0) | 2019.10.30 |
앙리 픽 미스터리 (0) | 2019.10.28 |
악의: 죽은 자의 일기 (0) | 2019.10.27 |
산산이 부서진 남자 (0) | 2019.10.2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