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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픽 미스터리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9. 10. 2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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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픽 미스터리

 

다비드 포앙키노스/달콤한책

프랑스 소설

★★★★★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다. 그 중에는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있고, 어느 정도 읽히는 것도 있고, 아예 무관심을 받는 것도, 심지어는 아예 출간되지 못하고 원고 형태로만 남아있는 것도 있다. 출간되지 못한 원고들은 끊임없는 재도전의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여러 사연을 가진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일도 적지 않다. 이런 원고들 중에는 의외로 숨겨진 대작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게 왜 출간되지 못했을까는 곧 누가 썼을까로 이어진다. 그런데, 작가 지망생이라면 모를까 책과 아무런 인연이 없던 사람이 글쓴이라면.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런 엄청난 미스터리는 또 없을 것이다.

 출판사 편집자인 델피는 출간한 소설이 실패하면서 의기소침해진 연인 프레드와 함께 그녀의 고향 크로종을 방문한다. 두 연인은 좋은 시간을 보내던 중, 도서관에 거절당한 책들이 모여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도서관을 방문한 델피와 프레드는 재미있는 원고를 발견하고 글쓴이인 앙리 픽을 찾아나서게 되는데...

 글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투고에 실패하는 것만큼 실망스럽고 김빠지는 일은 없다. 거절당하는 아쉬움과 주목을 받을까는 둘째치고, 언제 내 책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기약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 수록 지친다. 여기에 글까지 안 써지면 불안이 극에 치닫기도 한다. 이런 원고들을 받아주는 누구도 원치 않은 책들의 도서관은 생각만해도 기발하고 실제로 있으면 가보고 싶을 정도다. 어떤 내용이길래 거절당했을까하는 궁금증과 이렇게 좋은 게 왜 거절당했을까 하는 공감대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앙리 픽의 소설도 이런 식으로 발견되기 했고.

 미스터리적인 요소와 출판시장에서 문학이 가지는 의미와 영향력을 동시에 다루는 구성이다. 출간되는 과정과 그 이후를 보며 책이 어떤 식으로 관심을 받게 되는지 볼 수 있다. 흔히 책은 내용이나 의미, 더 깊이보는 경우에는 문장을 따지는데 여기서는 앙리 픽이라는 평범한 사람이 저자라는 사연이 관심대상이다. 지금도 이렇게 사연으로 주목받는 책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특별한 사례로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내용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주목받지 않으면 사장되기 마련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 마케팅이 있는 것이지만, 책 내용으로 관심끌기가 힘들다 싶으면 결국에는 이런저런 포장까지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면 책의 본질은 이미 저 멀리가 있고 마케팅 속의 이미지만 남게 되는 것이다.

 평범함이 특별하게 변하는 건 일상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밋밋하고 모든게 불만스러운 일상이라도 무언가로 포장되면 특별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하지만 책과는 달리 자신의 본질을 점점 알아가게 되는 것처럼 보였다. 익숙지 않은 순간을 겪으며 이전의 일상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순간이 생길 것이다. 사소하게 지나쳤던 것에서 나의 일상이 어땠는지 되돌아 볼며 진짜 소중한 것을 찾을 수도, 내가 몰랐던 순간을 발견하면서 미련을 털어버릴 수도 있다. 갑작스럽게 행운이 찾아왔다가 나중에가서 이전의 일상이 더 좋았다고 여기는 내용도 많지 않은가.

 한편으로는 많은 이들이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터, 나는 이 정도 밖에 못한다는 비관, 이 정도면 너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떠밀림까지. 이런 게 평범한 것이 특별함으로 발전하는 계기와 열광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나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인 것이다. , 나 역시 가치 있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은 염원일 수도 있고.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상을 받을 수는 없다. 적어도 꾸준히 읽히거나 관심을 받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 자신의 책이 팔리고 어느 정도 언급되는 것만큼 작가에게 기쁜일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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