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흑백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9. 10. 30. 01:20

본문

흑백

 

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

일본 소설

★★★★★

 

만주사화

 본가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숙부 이헤에의 주머니 가게인 미시마야에 기거하게 된 오치카. 어느 날, 이헤에가 집을 비운 사이 바둑을 두러온 손님이 있었다. 이헤에가 바둑을 두는 흑백의 방에서 마냥 기다려두게 하기는 실례라는 생각에, 오치카는 손님을 맞는다. 도베에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오치카를 앞에 두고 창 밖의 만주사화를 불안하게 돌아보는데...

 흑백의 방에서 처음 시작하는 괴담치고는 잔잔한 느낌의 괴담이었다. 가족 중에 범죄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갈 법한 내용이라, 기괴한 느낌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뭍어나는 내용이었디. 지금도 전과가 있으면 시선이 좋지 않은데, 과거 에도시대에는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갈 정도였다.

 가족이지만, 범죄자라는 낙인 때문에 자연스럽게 멀리하고서 드는 갈등. 이런 게 바로 가장 쉽고 자연스럽게 들어나는 인간의 어두운 면이 아닐까.

흉가

흑백의 방에서 오치카가 손님을 맞은 이후, 이헤에는 괴담 수집이라는 명목으로 오치카에게 계속해서 손님을 맞으라고 한다. 갑작스럽게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 오치카는 당황스럽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지 오래라 어쩔 수 없이 흑백의 방에서 또 손님을 기다리게 된다. 잠시 후, 흑백의 방에 들어온 오타카라는 여자는 사람을 집어 삼키는 저택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흉가와 관련된 괴담은 수없이 많다. 그 유명한 아미티빌 저택부터, 한때 엄청난 이슈였던 곤지암 정신병원 같은 걸 봐도 그렇다. 여기서 나오는 흉가 괴담은 독특한게, 흉가 안에서 시작하지 않고 흉가 밖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자물쇠가 관련되어 나와서, 사람잡아먹는 자물쇠 얘기로 보였을 정도였다.

 결말을 보고서 알게 된 것이지만, 이 흉가 괴담에는 처음 봤을 때 알 수도 있었을 법한 맹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등장인물들이 수상해 보이는 경우는 있었어도, 집이 수상해 보이는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더욱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사련

오타카의 안도자키 언덕의 저택 얘기로 인해 심란해진 오치카. 그런 그녀를 보고 하녀 오시마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흑백의 방에 자리를 마련한다. 오시마와 얘기를 나누던 오치카는 그 동안 숨겨왔던 본가의 불미스러운 일을 털어놓는데...

 제목의 한자인 간사할 사, 변할 변을 보면 사악하게 변하다, 라는 뜻이 된다. 제목처럼 이 내용은 한 사람이 사악하게 변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라 가장 잔혹한 괴담이라 해도 될듯 하다.

 그 동안 오치카가 왜 숨겨왔는지 이해되고, 멀쩡한 사람이 잔혹한 괴물처럼 변하는 건 한순간이라는 게 뚜렷하게 보이는 내용이었다. 뉴스에서도 성격 좋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을 잔혹하게 죽였다는 사건이 종종 보인다. 대부분 안 그럴 것 같던 사람이 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데, 사련에 나타난 내용을 보면 사람이 사악하게 변하는데 모종의 과정과 그 순간이라는 게 있을 것으로 보였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쌓이고 쌓인 게 들어나지 않은 채 숙성된다. 그리고 그것이 들어있던 뚜껑이 열리는 순간이 생긴다. 뚜껑이 열리는 '그 순간'. 그게 바로 인간이 사악하게 변하는 순간의 정체일지도 모른다.

마경

 본가의 일을 털어 놓은 이후, 다시 손님맞이를 시작한 오치카. 이번에 방문한 손님은 오시마와 아는 사이로 보이는 오후쿠라는 여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가족이 하던 가게가 멸망해버렸다고 하며, 거울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거울과 관련된 내용이라 약간은 예상할 수도 있을 법하다. 왜냐하면 거울과 관련된 괴담 역시 수없이 많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뻔하다는 느낌이 없는게 거울과 관련된 얘기지만, 정작 거울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 않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거의 근친에 가까운 내용이라, 옛날에는 가족 내에 근친이 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느끼게 했다.

 그리고 앞선 괴담들과 비교하자면 마경 역시 사건 당사자의 입장에서 전개되지만,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면 완전한 관찰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듯한 구성으로 보였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오후쿠의 가족에게서 사건이 벌어졌지만 정작 오후쿠 본인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도, 피해를 주지도 않았다. 그러니 오후쿠는 괴담의 당사자로서 들려주는 게 아닌, 관찰자로서 들려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나리

 본가에서 오치카를 보러 오빠인 기이치가 미시마야를 방문한다. 오랜만에 오빠를 본 오치카는 반가우면서도 본가의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기이치는 다름 아닌 오치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걱정이 되서 미시마야로 서둘러 달려온 것이라고 하는데...

 괴담 올스타전이라 해도 될 만큼 뒷얘기들이 많이 언급 되서 마지막 에피소드 치고는 상당히 쇼킹한 느낌이었다. 그냥 괴담을 들려주는 게 아니라, 괴담 특유의 미묘한 결말 끝에 존재하는 완전한 결말을 찾기 위한 내용으로 보였다. 게다가 어딘지 모르게 대결하는 느낌도 있어서 괴담 대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을 정도였다.

 이 에피소드의 진정한 의미를 보자면 괴담의 애매모호한 결말 끝에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을 부각시키고, 그것들이 가진 또 다른 사연을 알아보자는 걸로 보인다. 이런 게 바로 미야베 미유키가 생각하는 괴담의 결말일지도 모른다.

 

'도서 BOOK > 소설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롱 드 홈즈  (0) 2020.01.02
블랙 톰의 발라드  (0) 2019.12.08
치아키의 해체 원인  (0) 2019.10.29
앙리 픽 미스터리  (0) 2019.10.28
악의: 죽은 자의 일기  (0) 2019.10.2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