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로보텀/북로드
호주 소설
★★★★★
오래 전부터 존재했을지도 모르나, 현대의 인터넷 발달로 많은 이들이 쉽게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언어의 폭력성이다. 공익광고에서도 수없이 언어가 그 어떤 흉기보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는 걸 언급하지만 다른 흉기들과 달리 말은 너무나 쉽게 쓰이는 것이다. 게다가 눈 깜짝하는 사이에 나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주고도 겉으로 들어나지 않는 이상 인지를 할 수 없는 것이라 더욱 남용되기 쉽다.
이렇듯 언어의 폭력성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상처를 주는 걸 넘어서 말로만 사람을 죽인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11월의 영국.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교수는 경찰의 요청으로 다리에서 투신시도를 하려는 여성을 설득하러 나선다. 올로클린 교수의 적극적인 설득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폭우로 인해 급류가 흐르는 강에 투신해 사망하고 만다. 이후, 자살을 막지 못한 죄책감과 함께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앉고 일상생활을 이어가던 올로클린 교수 앞에 투신자살한 여성의 딸이 나타나는데...
보통 추리소설이나 스릴러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범인은 흉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범인은 그런 거 없다. 오직 말빨로만 사람을 후벼 죽이는 흉악한 녀석이다. 이런 녀석을 마침 심리학자인 올로클린 교수가 상대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구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의 구도로 진행 돼서 인지 주로 인물간의 심리상태가 잘 들어나 있거나, 심리를 흔드는 부분이 많은 내용이다.
조 올로클린 교수를 보면 심리학자라는 캐릭터에 파킨슨병이라는 요소가 있어서 독특하게 보였다. 작중 곳곳에서 파킨슨병의 증세가 나타나 있고, 올로클린 교수 본인의 심리상태가 반영이 잘 되어 있어서 파킨슨병 환자들의 고충을 느낄 법 했다. 게다가 병이 진행 중인데다, 이 분이 시리즈로 나와서 후반에 가서는 올로클린 교수가 스티븐 호킹처럼 휠체어로 돌아다니며 사건을 맡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아니면 링컨 라임에 가까워지려나?
눈여겨볼 점이 있다면 출간 당시의 사건들(아프가니스탄 전쟁, 소말리아, 아프리카 내전, 테러)이 언급되고, 현대적 통신망이 세세하게 활용 되서 나름 현실감 있게 몰입된다. 특히 통신 기지국 관련해서 보다보면 지금 가까이 있는 핸드폰이 얼마나 엄청나고 복잡한 물건인지 실감이 갈지도 모른다.
가끔 뉴스에서 보다보면 유괴나 인질극 같은 것에서 당사자인 가족들이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걸 자주 보았을 것이다. 당사자가 아니니까 왜 그런 무모하고, 바보 같은 짓을 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사자가 된다면 분명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심리가 얼마나 단순하게 무너지고, 심리가 무너지면 사람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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