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암흑관의 살인 [1, 2, 3,권]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9. 4. 14. 23:01

본문

암흑관의살인

 

아야츠지 유키토/한스미디어

일본 소설

★★★★★


 빛을 거부하는 어두컴컴한 심연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눈앞의 모습을 불분명하게 하고, 나라는 존재의 이유를 혼란스럽게 만들며, 망각의 저편으로 소중한 기억들을 사라지게 만든다. 그리고 남는 것은 어둠과 그 깊고 깊은 심연. 그 속은 아마도 저편으로 사라진 수많은 것들로 가득할 것이다. 잃어버렸거나 혹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숨기던지. 그리고 이 시커먼 어둠에 빠져들다 보면 뭐가 진짜인지 해 깔릴지도 모른다. 내가 나인지, 혹은 내가 나가 아닌지. 시각을 비롯한 모든 감각을 둔하게 만들어 명확한 정경을 보지 못하게 하는 곳. 그곳은 암흑관이다.

 관 시리즈 2기 시작점인 암흑관은 지금까지의 관 시리즈와는 차별되는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전체적인 암흑관의 크기도 그렇고, 저택에 숨겨진 진실까지 깊은 심연 속에 숨겨진 그 정체는 어마어마했다.

 가와미나미는 어미니 장례식으로 고향을 방문했다가 구마모토 산 속에 있는 우라도 가문의 암흑관이라는 저택에 대해 듣게 된다. 역시 그곳에서도 나카무라 세이지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서둘러 암흑관으로 향한다. 그런데 암흑관에 도착해서 지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가와미나미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만다. 한편, 대학 선배 우라도 겐지의 초대로 암흑관에 와 있던 대학생 츄야는 그 광경을 목격하는데...

 상당한 분량 안에서 더디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이런 경우 분위기가 몰입되지 않는 이상 읽기가 힘든데, 어둠에 둘러싸인 암흑관은 정체를 궁금하게 하는 요소들이 많다. 대체로 관 시리즈가 기괴한 사연으로 비롯된 광기가 폭발하는 구성이지만, 대체로 사건 주요 인물은 평범한 편이다. 그에 비하면 암흑관은 주요 인물들부터 심상치 않은 부분이 많다. 정신 상태가 좋지 못하다거나, 희귀병, 작중에서 보면 도저히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인물 등. 여기에 암흑관이라는 건물의 스케일까지 보면 다른 관에 비해 정체를 알 수 없는 면이 많아 보인다.

 미도리와 미오라는 쌍둥이 자매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스티븐 킹의 샤이닝에 나오는 오버룩 호텔에서 죽은 쌍둥이 자매가 떠올랐다. 암흑관도 거대한 저택이라는 이미지라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시리즈의 명물이자, 작중 추리의 호불호를 만드는 비밀장치는 여전하다. 예상치 못한 곳에 문을 여는 장치가 있고 범인은 그걸 이용한다. 하지만 암흑관에서 비밀장치는 사건 해결의 맥거핀까지는 되지 않는다. 그 동안 관과 비밀장치가 사건의 무대와 사건 해결의 맥거핀으로 나눠져 나타났었다. 반면 암흑관에서는 비밀장치의 존재가 숨겨지지 않고 저택의 한 요소로 들어가 더 이상 특별한 요소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암흑관 곳곳에서 충격적인 흔적을 발견해서 보면 볼수록 놀랐다. 다름 아닌, 지금까지 나왔던 관과의 연관성이나 관의 주인들, 그리고 그 관에서 일어난 사건의 느낌이나 요소들의 흔적들이 보였던 것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요소는 스포일러성이 있기에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느낀 감상적인 부분만 나열하자면 이렇다.

십각관-살인의 광기적인 면.

수차관-환상적이고 잔혹동화인 면.

미로관-미로같은 구조 속의 괴물 같은 살인마.

인형관-개인의 뒤틀린 내면(이건 불확실하거나 아닐 가능성도 있음.)

시계관-생명에 집착하는 면.

흑묘관-각종 생물학적인 요소.

 사람의 이해 범주를 넘어선, 일종의 금단의 영역에 손을 들인 부분이 많아서 암흑관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 갈수록 공포가 엄습한다. 이 공포와 불길함의 깊이는 가면 갈수록 짙어져 암흑관의 암흑 자체의 정체까지 이어진다. 그건 바로 충격적인 사건의 진상과 우라도 가문의 진실. 작중내내 풍기는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불안감, 생판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기시감, 현실이라는 자각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눈앞의 세계,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거슬리는 낯선 이의 시점. 아야츠지 유키토만의 공포 감각이 만든 분위기라 더욱 더 빠져드는 것 같았다. 물론, 추리소설이라는 걸 생각하면 지나친 오컬트적 미스터리가 전반에 깔린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작중에 나타난 오컬트를 보다보니 어쩐지 과거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생긴 왜곡된 심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라도 가문의 초대 당주에 대한 것이나, 현재 저택에 살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것도 그렇고 암흑관이 만들어진 배경까지 보다보면 오컬트적 요소가 지배하게 된 원인으로는 그것 밖에는 없어 보였다.

 심연의 끝에 존재하는 진실만큼 충격과 당혹감을 주는 것이 있을까. 믿고 싶지 않지만 엄연히 눈앞에 있는 세계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어디서 착각한 것인지 생각하다보면 우리는 눈앞의 현실을 인식하는 감각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걸 부정하고 거스른다고 해도 변하는 게 있을지도 의문이다

 심연이 계속해서 깊어져 그 바닥을 알 수 없도록 방치하거나,

 아니면 진실을 위해 빛을 비추어 모든 걸 파국으로 치닫게 하거나.

 암흑관의 정체는 심연에 다다른 이들의 선택에 달려있을 것이다.

 

'도서 BOOK > 소설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엑스파일: 아무도 믿지 마라 [Part A, B]  (0) 2019.04.21
골든 슬럼버  (0) 2019.04.16
흑묘관의 살인  (0) 2019.04.11
시계관의 살인  (0) 2019.04.09
인형관의 살인  (0) 2019.04.08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