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츠지 유키토/한스미디어
일본 소설
★★★★★
시간의 흐름, 아니 시간 자체는 아직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것 중 하나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온갖 신비로운 것들이 해석되고 보다 더 좋게 쓰이기 위해 응용되는 현실이지만, 아직까지도 초월적인 부분이라 정복되지 못한 부분도 상당하다. 시간은 그 중, 우주와 맞먹을 정도로 정복하기 버거운 거대한 존재다. 또한, 우리의 삶과 가장 근접한 것이기도 해서 가깝고도 복잡한 것이라 해야 겠다. 타임머신이라는 이론까지 나왔지만, 아직까지는 실질적으로 시간에 대해 이렇다 할 접촉을 한 경우는 없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있는 그대로 두고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만약 손을 댈 수 있다면 그게 도대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일지.
시계관은 어떤 면에서 관 시리즈 초기작인 십각관이라는 건물(건물 만이다.)에서 느꼈던 기상천외함이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다. 온갖 시계들로 채워진 것으로도 모자라, 디테일이 느껴지는 거대한 시계 형상의 건물에 기묘한 시계탑까지. 갖갖이 장치까지 보면 이 시계관도 십각관 만큼이나 상당한 병적인 건축물이라는 게 느껴진다.
심각관에서의 참극 이후, 희담사 편집부에 들어간 가와미나미는 특별기획으로 가마쿠라에 있는 시계관이라는 저택에서 일어나는 심령현상을 취재하러 간다. 시계관이라는 이름에서 십각관과 나카무라 세이지를 떠올린 가와미나미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에 휩싸인다. 저택 구관에서 본격적인 심령현상 취재가 시작되고, 심령술사인 고묘지 미코토가 실종되면서 참극이 시작되는데...
시점이 두 개로 분리되어 진행되는데, 같은 건물에 있음에도 서로 다른 사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나는 시마다 기요시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암호문 풀이 저택 미스터리. 다른 하나는 가와미나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특수한 클로즈드 서클 저택 미스터리.
십각관이 단순히 모양으로만 병적인 분위기를 낸 것에 비해, 시계관은 시계라는 형상뿐만 아니라 각종 시계, 시간 개념, 더 나아가 시간의 흐름, 시간의 한정 같은 시계로부터 파생되는 온갖 시간적인 면을 이용해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에 이보다 더한 병적인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흉기까지 시계가 활용되니 시간의 감옥 속의 시간의 사신이 아닐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거대한 시계 속에 갇힌 형태로 보인다. 애초에 시계 형태의 건물부터가 시간을 가두기 위한 공간이자 실존하는 형태의 시간 그 자체이고, 거기에 안에서 108개의 시계가 매 시간 울리기까지 하면 시간의 흐름을 감시하는 것이자 가두는 것이 된다. 이렇게 되면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은 거대한 시간의 존재를 느끼며 시간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그냥 살아가면서도 시간이 신경 쓰이는 마당에, 그걸 영원히 느끼며 살아간다 하면 얼마나 끔찍할까.
관 시리즈를 보면 가면 갈수록 비밀장치가 전부라 딱히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트릭이 있을지 기대하지 않게 된다. 어차피 나중에 범인이 튀어 나올 것이라, 오직 어떤 비밀장치가 있을까에 치중되기 쉬웠다. 그런 걸 생각하면 시계관은 비밀장치는 비밀장치대로 두고, 거기에 따로 사건 자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트릭이 존재해서 큰 충격을 준다. 처음에 뻔한 결론처럼 보이는 걸 던져주기 때문에 더 큰 반전이다. 큰 그림이라는 것이 아마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딱히 눈앞에 실존한다는 느낌은 없다. 그 실존된 형상을 만들기 위해 과거부터 여러 방법으로 시간을 형상화하고 세밀하게 만든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시계라는, 시간의 실체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완벽하게 형상화 된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됐는 가. 더 편해졌다는 것이 전부일까. 실존된 모습의 시간에 갇혀 더 크게 볼 수 있을 시간 개념을 한정된 시선으로 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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