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레본 외 16인/손안의책
영미 소설/미국 소설
★★★★☆
멀더와 스컬리가 주연이고 더빙 성우의 목소리도 익숙하게 알지만, 엑스파일이 나오던 시기가 어린 시절이라 엑스파일에 대해 자세한건 모른다. 그저 외계인이 나온다던가, 미스터리.. 그 정도 밖에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시즌의 드라마와 소설이 같이 나와서 정말 반가웠다.
엑스파일은 음모론을 주제로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도 묘미지만, 멀더와 스컬리의 성향 차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한 몫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온갖 음모론을 들먹이는데 대부분 사건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거라 관심이 가는 멀더. 그걸 지극히 현실적인 근거로 반박하며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라는 스컬리. 들어본 적도 없는 음모론을 줄줄 외는 멀더도 대단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상해 보이는 상황을 진짜 그럴싸하게 반박하는 스컬리도 대단하다. 또, 그걸 더빙 성우 목소리를 생각하며 읽으면 정말 어울린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Part A
긴장증_팀 레본
1994년 10월 12일. 데이나 스컬리는 새벽에 폭스 멀더의 연락을 받는다. 메사추세츠 주의 라이넛 사운드에서 발생한 아동 실종 사건에 관한 것이다. 실종된 아이들은 숲에서 발견 됐으나 긴장증상태였다는 게 관건이었다. 멀더와 스컬리는 실종 아동의 집을 방문해 아이를 살펴보다가 심상치 않은 흔적을 발견하는데...
음모론적인 분위기가 강하다고 들었는데, 유독 이 작품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마치 추리에서 단편적인 흔적은 찾았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증거 같은 중요한 모든 것을 알 수 없게 숨기는 듯했다.
전반적으로 사건수사 느낌이긴 했지만, 뭔가 단단히 막혀 있는 듯한 분위기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는 있지만, 결정적인 핵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도 미스터리 결말도 미스터리로 끝난다고 보면 된다. 또 다른 방식으로 보면 전개과정에서 초반만 존재하고, 각종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결말이 있는 후반만 사라진 것이다.
리틀 힐의 짐승_피터 클라인스
1995년 4월 14일. 미주리 주의 리틀 힐로 향하는 멀더와 스컬리. 리틀 힐은 한때 UFO가 자주 목격되던 곳이었는데, 냉동고에 얼린 외계인을 전시하는 농가가 두 곳 있던 것이다. 스컬리는 평범한 동물을 박제한 것이나, 플라스틱 모형이라며 멀더를 타이르지만, 그날 밤 처음 방문한 농가에서 외계인 탈주 사건이 벌어지는데...
대부분의 작품에서 외계인이 마을을 습격하는 내용이면 공포스럽고 잔인하기까지 하는데, <리틀 힐의 짐승>에서 나오는 외계생명체는 그런 무서운 느낌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보통은 잘 생각하지 않은 법한 방식으로 외계인에 대해 접근한 것부터가 신선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경우가 일상에서 많이 있을 수 있는 경우이긴 하다. 보통 벌레를 무서워하면 무섭고 징그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저 벌레도 내가 무섭고 징그럽게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까?
낯선 것에 대한 방어 심리가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무작정 위협적인 것이라 여기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멀더가 단순히 외계인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것 같다.
당신이 보지 못한 것_애런 로젠버그
1994년 12월 12일. FBI 회계 감사에서 스키너 부국장은 엑스파일 종료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부국장은 필요의의가 있다며 거부의사를 밝히자 구체적인 근거를 내일까지 서면 서류로 제출하라고 한다. 엑스파일이 하는 일을 증명하기가 까다로워서 스키너 부국장이 고심하던 중, 감사원인 멀로이가 메릴렌드의 자택 앞에서 괴한에게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다른 사건들과 달리 스키너 부국장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드라마에서는 고압적이고 직원을 갈구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나온 편은 아니다. 오히려 각종 업무 스트레스에 아내에게 잡혀사는 모습이 보여서 높은 직급의 고충을 많이 보여주는 편이다.
다소 현실성 있을 법한 미스터리 사건 속에서 가치의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어 보였다. 모든 걸 통계수치로 계산하고 그걸로 성과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통계라는 건 지금의 결과를 나타낸 것뿐이고 발전의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빨리나오는 결과가 있으면 더디게 나오는 결과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다려주지 않고 실적이 좋지 않다 치부하는 것은 아이디어와 인력, 그리고 노력을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땅거미_폴 크릴레이
2015년 12월 21일 뉴햄프셔 주 캐슬 블러프. 킴 던컨은 동생과 동생 친구가 유명 소설 <땅거미>에 나오는 벰파이어를 직접 찾겠다고 숲으로 가는 걸 따라나섰다가 빛이 나는 형체를 목격하게 된다. 멀더는 벌써부터 이 사건을 접하고 소설작가가 연관되어 있다 짐작하고 스컬리와 캐슬 블러프로 향하는데...
연대나 작중에서 멀더와 스컬리의 대화만으로 봐도 스테파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계속 나오고 있는 벰파이어 연애물을 소재로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벰파이어 연애물을 우려먹는 현실을, 실제 모티브이자 오컬트 속의 잔혹한 벰파이어를 이용해 비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벰파이어물의 초기작인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도 연애적인 요소가 아예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드라큘라>에서는 연애가 진실 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마찬가지인 점과 스컬리가 멀더에게 이런 걸 왜 보냐면서 까는 걸 보면 거의 확정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작중 시점이 가장 최근이라 그런지 각종 풍자나 비판이 엿보였다. 대표적인 것으로 트인낭(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던가, 새로운 것을 계속 추구하는 것 등, 문화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점은 현대의 문화가 지나치게 과소비 형태라는 지적으로 보였다. 문화의 과소비가 무슨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도 보면 곳곳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각종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 후속이나 외전, 스핀오브, 거기에 리부트라는 명목으로 다시 만드는 경우와 만화화, 드리마화, 소설화도 많다. 문제는 제대로 된 퀄리티나 색다른 구성을 보여준다면 모를까, 기존에 있던 걸 우려먹으며 신작이라 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거기에 퀄리티를 신경 쓰지 않고 구성을 바꾼답시고 작품 성격을 파괴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런 걸 가지고 과소비라 하지 않으면 뭐라 해야 할까.
외계인에 대한 사랑_스테판 페트루챠
1997년 10월 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비숍빌에 도마뱀 인간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떠난 멀더가 실종된다. 멀더를 찾기 위해 비숍빌로 떠난 스컬리는 마을에서 촬영된 각종 영상과 사진을 분석하면서, 멀더가 늪지 같은 곳에 굴러 떨어지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멀더가 묵었던 방에서 단서를 찾던 스컬리에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접근해 멀더가 위험하다고 알리는데...
멀더가 실종상태로 나와서 대체로 스컬리 위주로 진행되는 파트다. 그렇다보니, 스컬리 다운 현실적인 감각으로 진행됨과 더불어, 멀더의 음모론적인 감각이 충돌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컬리도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중 주연이 스컬리, 거기에 서술자도 스컬리다 보니 멀더와 같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내적인 면이 많이 나타나 보였다. 특히 멀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평소 멀더에게서 보이지 않았던 점을 언급하는 부분이 많아서 멀더와 스컬리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앞서 외계인을 다룬 <리틀힐의 짐승>과 또 다른 관점으로 외계인을 나타내서 외계인에 대한 회의론과 스컬리가 음모론을 부정하는 근거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일종의 상상력 결핍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획일화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또한 멀더의 음모론적인 사고방식이 왜 그렇게 생기고 때로는 지나친지 알 것 같았다. 음모론에 빠져 있지만, 사실 멀더는 그 속에서 뭔가를 찾고 싶은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땅굴 쥐_브라이언 킨
스키너 부국장은 스트레스로 인해 조깅을 시작한지 오래 되었다. 그 날도 여느 때와 똑같이 조깅을 나가던 중, 멀더의 사무실을 들리게 된다. 빈 사무실에서 멀더가 조사하던 것들을 확인하던 스키너는 워싱턴 D.C. 하수도의 미지 생물로 인한 사망 사건 기사를 발견한다. 그런데 마지막 신문기사 사진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의 전우를 발견한 부국장은 조깅을 그만두고 현장으로 떠나는데...
스키너 부국장이 두 번째로 등장하는 단편이다. <당신이 보지 못한 것>에서는 FBI 내부의 일과 다소 현실적인 과학 미스터리 사건이었다면, <땅굴 쥐>는 스키너 부국장의 개인적인 면이 들어나고 멀더가 딱 좋아할만한 미스터리 사건이다. 베트남 전쟁이 얼마나 미국에 영향을 크게 준 것인지 느껴질 부분이 많다. 현재 스키너 부국장의 몸 상태라던가, 참전 당시의 상태를 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준 것인지 짐작이 갈 정도였다.
비록 사건은 미스터리 괴물 사건이긴 하지만, 어쩌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이들이 돌아와서도 상당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나타낸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미국에서 간간히 전쟁 참전자가 범죄를 일으키거나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갔던 이들도 이 정도인데, 베트남에 갔던 이들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였다.
전쟁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고 들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났다 해서 괴물이었던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괴물이 된 자신을 원래의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는 건가.
앨패소로 돌아가면 내 목숨은 보잘 것 없겠지_키이스 R. A. 드칸디도
1994년 4월 3일. 콜트 수사관은 텍사스 주 앨패소에서 이어지고 있는 살인사건 때문에 스키너 부국장에게 불려간다. 콜트 수사관은 모방범이라 주장하지만, 벌써 5명의 범인을 체포했음에도 살인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스키너 부국장은 멀더와 스컬리를 투입하기로 결정한다. 곧 새로운 용의자가 체포되지만, 그는 전혀 혐의점이 없었고 그가 찍힌 CCTV 영상에 나온 사람도 그와 판박이로 닮은 다른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는데...
제 3자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내용이라 그런지, 멀더와 스컬리를 상당히 평가절하 하는 묘사가 많았다. X파일에서 멀더와 스컬리가 어떤 일을 하고 경험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 콜트 수사관은 상당히 독선적인 FBI라 오직 자만심 투성이다. 그덕에 유독 멀더가 많이 질책 받는 부분이 많기도 하다.
앞서 나온 다른 단편에서는 그냥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종결되고 고위직에서 은폐하고 그만이었지만, 여기서는 수사과정에서 온갖 증거나 용의자가 있었음에도 결국 미스터리로 종결된다. 열린 결말이라는 점은 똑같지만 구체적인 사건의 모습이 있는 상태로 미스터리가 되는 것이라 뒷맛도 크게 떨떠름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이 끝나는 것보다 뭔지는 알고 미스터리로 끝내는 것도 좋지 않은가?
Part B
파라노말 퀘스트_레이 가튼
1997년 8월 2일 캘리포니아. 멀더와 스컬리는 심장이 폭발해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사건이 발생한 가정에서는 심령현상을 조사하는 쇼 프로그램 촬영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멀더는 직접 그 현장을 찾아가는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방송에서 찾아보면 심령 스팟을 찾아다니며 소개하고 심령현상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온갖 장비를 이용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의 증거를 발견하고, 그 현장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모든 방송 촬영에 대해 비판하는 시각이 있었다.
굳이 심령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방송촬영을 하는 종종 조작이 가해지는 경우가 있다. 흔히 악마의 편집이라는 것부터 있지도 않은 상황 연출. 아무리 프로그램 쇼라고는 하지만 연출과 실제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고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작중에서는 미스터리 현상이 비유로서 쓰였지만, 현실에서 방송조작이 얼마나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심해왕_팀 딜
2000년 5월 2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앞바다에서 선박 습격 사건이 벌어진다. FBI에서는 인근 해적들의 소행으로 보려고 하지만, 사건 관련 영상이 돌면서 멀더와 스컬리가 조사하러 떠난다. 중동문화로 인해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습격당한 선박을 조사하던 스컬리는 피바다 속에서 무지개빛의 비늘조각을 발견하는데...
바다와 관련 있고 등장하는 괴 생명체의 생김새를 보고서 크툴루 신화의 데이곤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사실 러브크래프트의 데이곤이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다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기 때문에, 여기에 나오는 괴 생명체는 보다 더 중동 신화적인 면이 강하다고 해야겠다. 솔직히 이집트 신화처럼 유명한 신화라면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지만, 메소포타미아 신화처럼 다채로운 구성이 있어도 잘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꽤 의미 있게 보이기도 하다.
배경이 배경이다보니 중동문화에 대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크게 비판적인 면은 없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개인적 불편함과 알라딘으로 한정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중동 신화를 다양하게 활용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하수관_지니 코흐
1990년 12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네 명의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멀더는 단순 실종사건이라 여기지만, 1963년에 벌어진 악어 인간 사건과의 유사점을 무시하지 못하고 당시 수사관이던 아서 데일리를 찾아간다. 데일리는 당시, 놈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생각에 멀더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향하는데...
미국의 대표 도시전설인 하수도의 악어를 다루는 내용이다. 다만 그냥 돌연변이 괴수에 가깝기보다는 뭔가 주술적인 분위기가 강한 특징이 있다. 좀 특이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게 보통 하수도의 악어 괴담은 버려진 애완악어의 변이나, 야생 악어가 침범해서 발생한다는 래퍼토리가 많은 편이라, 이 괴담을 종교 주술로 해석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할 수 있다.
파트너가 되기 전의 내용이라 스컬리를 만나기 전에 멀더가 어떻게 지냈는지 많이 나온다. 몇몇 시즌의 특정 에피소드와 연관성 있는 내용이라 엑스파일 드라마를 오래 전부터 보아왔다면 익숙한 인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달빛_W. D. 갈라이니, 데이비드 밴턴
1994년 10월 4일 캐나다 오타와 남부. 멀더와 스컬리는 폭설을 뚫고 한 죄수를 호송 중이다. 뒷좌석에 수갑을 차고 누워있는 카를로는 계속 오늘은 집 밖을 나서면 안 되는 날이라며 호소하지만, 멀더와 스컬리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계속된 폭설에 결국 멀더는 가까운 모텔에 차를 세우게 된다. 스컬리가 프런트로 나간 사이 멀더는 카를로의 이상증세를 관찰하면서 심상치 않은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제목으로만 유추해도 다들 알 법한 유명한 전설의 오컬트 생명체가 주제가 되는 내용이다. 이 단편을 세, 네 페이지만 읽어보면 웬만해서는 뭐가 주제로 쓰였는지 단 번에 알 수 있기에 여기에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큰 복선이나 사건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 작품의 주제가 되는 오컬트 생명체의 정체에 무엇인지 애매모호해서 상당히 의문스러웠다. 분명 이게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여기서 벌어진 사건의 구조를 전혀 파악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냥 정체를 알 수 없게 애매모호한 것도 아니고 여기저시서 암시를 뿌리고 다녀서 예측이 가능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겠다는 상황도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중요한 정체는 알 수 없거나,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이 되버렸다. 이건 앞서 Part A에 있던 <긴장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미스터리적 음모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눈에 담겨 있다_헤더 그레이엄
2009년 10월 30일 메사추세츠추 에섹스 카운티에 위치한 괴물 모형 상점에서 기괴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상점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해나 바턴은 시체 모형 인형이 살인을 저질렀다 주장하지만, 진지하게 듣는 건 멀더 뿐이다. 이어서 인근 묘지에서도 벌어진 기이한 일도 조사하던 중, 멀더와 스컬리는 상점점장이 외계인을 보았다는 주장을 듣게 되는데...
인형이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인형에 대한 괴담부터 유명 공포영화인 사탄의 인형까지 연상된다. 그런데 외계인으로 직결되서 다소 흥미가 떨어진 감이 있었지만, 나름 소름끼치는 상황을 만들어서 만족스러웠다.
여기서도 외계인에 대한 편견이 언급되는데, 역시나 SF영화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정형화를 불러와 수 많은 예를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과 반드시 이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지적하였다. 솔직히 여기 등장하는 외계인은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앞에서 외계인에 대한 편견이 언급되었기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눈에 대한 언급이 많은 편인데, 사실 사람의 신체 기관 중에서 겉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은 눈 밖에 없다고 본다. 눈에서 뭔가 이상한 걸 느낀다면 괜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다.
히코리 언덕의 집_맥스 앨런 콜린스
1997년 12월 29일 메사추세츠 주, 베네위치에 위치한 오래된 저택. 마을 사람들은 오래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기피하고 있어서 그곳으로 이사 온 해더는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어느 날 밤 이상한 소리를 듣고 깬 헤더가 집 전체가 기묘하게 요동치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녀의 언니 채리티가 납치를 당한다. 그것도 수십 년 전 이 집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에게...
오래된 집에서 발생하는 괴이 현상이라는 점이 딱 아미티빌 호러와 비슷해 보일 법했다. 하지만 아미티빌은 말 그대로 호러미스터리로 끝나는데, 히코리 언덕의 집은 오컬트와 현실적인 범죄가 서로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공존하고 있는 구성이라 신비롭게 보였다.
사건 자체가 미스터리하기는 하지만 그 동안 나왔던 외계인의 존재가 은폐되는 등의 음모론적이지 않고, 또 완벽하게 스컬리가 주장하는 현실적인 사건이 아니기도 해서 추리소설적인 구성과 호러미스터리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멀더의 마지막 이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스컬리, 당신도 거기 있었어야 해요."
시간_게일 린스, 존 C. 셀던
2000년 메인 주 포클랜드에서 세 명의 아이들이 FBI가 관리하는 옛 군사기지 벙커의 괴현상이 발생하는 창문 너머로 사라진다. 멀더와 스컬리는 그 창문이 시공간 균열로 발생한 통로라 여기고 창문 너머로 아이들을 구조하러 간다. 창문 너머는 지금의 포클랜드와 비슷하면서 완전 다른 곳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기묘한 기체덩어리가 출몰하고 있었는데...
시공간 이동이라는 다소 복잡한 전개임에도 엄청난 스릴러가 느껴졌다. 그냥 시간여행과 달리 과거, 미래,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의 습격까지.
현실과 비슷한 이세계에서의 정체불명의 습격자라는 배경도 공포 그 자체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무섭게 느껴진 것은 시간이었다. 현재의 내가 잠깐 사이에 다르게 변하는 것, 그 잠깐의 변화가 시간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착각을 주기도 했다.
조각상들_케빈 J. 앤더슨
1995년 5월 11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자원개발 회사 탐사원이 사람들 앞에서 석화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스컬리는 중금속 오염이 의심된다고 여기고 멀더와 함께 탐사원이 자원조사를 했던 곳을 지나던 중 한 괴짜 조각가를 만난다. 조각가의 행동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본 멀더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그의 담당자를 만나러 가는데...
처음 제목을 보고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천사 조각상들 같은 내용인가 했는데, 전혀 성격이 다른 내용이었다. 생명체의 석화가 은근히 신화나 전설 속에서 많이 나오는 요소인데, 다소 과학적인 접근으로 해석한 것이 돋보였다.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마지막치고는 상당히 끔찍한 내용으로 보이기도 했다.
석화가 주제로 나오는 와중에 예술에 대한 몇몇 시각도 있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예술이라는 논조를 보이며 마르셀 뒤샹의 <샘>처럼 오브제 작품을 쓰레기라 평하고 차별하는 시선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작품 속 석화된 사람을 생각하면 예술의 잔혹성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름다움을 창조해도 그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면 그건 예술이 아니라 끔찍한 도륙일지도 모른다. 정교한 예술품이라도 나쁜 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결국은 타인을 무자비하게 갈아 넣은 희생의 결과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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