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키 산주고/북스피어
소설론
★★★★★
일본에는 대중문학상이 많다. 그 중에서 아쿠타가와 상과 나오키 상이라면 많이 알것이다. 그런데, 아쿠타가와라면 알지만 나오키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상이 만들어질 정도면, 큰 업적을 남겼을 텐데, 이 작가의 작품은 한 번도 번역된 적이 없고 관심도 가진 적이 없었다. 그저 단순히 유명한 상이라는 이름으로 봤던 것일까? 그럼 노벨상은 알지만 노벨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나오키 산주고가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오키의 대중문학 강의
나오키 산주고가 살았던 시대의 일본 문학계의 모습과 대중문학의 위치는 현재와 달랐다. 지금의 우리나라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인다고 해도 될 정도다. 현재 일본에서 나오는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을 생각하면 뭐든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뭐든 시작하려면 기초부터 탄탄해야 한다.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많이 알고 발전 시킬 방향을 잡아야 그 만한 성과가 언젠가는 나오는 것일테다. 현재의 일본 대중문학이 발전한 것도 이러한 과정을 거친 끝에 나온 결과일 것이다.
대중문학이 어떻게 하면 인기를 끌지, 이 시대에 대중문학이 왜 필요한지 생각하는 부분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대중 문학이 예술 소설에 배척받지 않으려면,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판타지 같은 장르의 소설이 받는 취급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예전에 비해 개선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도 약간씩의 편견이 있기 마련이다. 이 부분에 대해 나오키는 이런 말을 한다.
예를 들면 조각은 뭐니 뭐니 해도 그리스 시대에 가장 발달했다. 그러나 조각이라는 형태의 예술은 현재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다른 예를 들자면, 현재 미국에는 순수 회화가 존재하지 않고 회화는 포스터 회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기서 예술 소설의 쇠퇴를 말했을 뿐이다.
-19p~20p
대중문예에 대한 자부심은 굉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로 분류하고 그 각기의 특성과 역할을 정리한 것만 봐도 느껴진다. 여기에는 흔히 알고있는 탐정 소설 외에도 시대 소설(역사 소설), 애욕 소설(로멘스 소설), 과학 소설(SF), 유머소설, 소년 소설, 가정 소설, 목적 소설이 있다. 특정 장르만 다루었다면 그 장르에만 한정된 선구자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모두 포함해 대중문학에 해당 되는 범위를 제안한 나오키의 포용성은 정말 대단하게 보인다. 수요에 상관없이 각 장르를 좋아하는 개개인의 독자를 생각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래저래 제대로 알기 어려운 부분이 은근 많았다. 어떤 게 진짜 소설이라던지, 어떤 건 싸구려 취급하던지, 하며 급을 나누는 걸 본 적 있었고. 내가 흥미를 느끼고 쓰고 싶어하는 장르를 저평가하며 그건 문학 축에도 못 낀다는 말도 들은 적도 있다. 어디서도 좋은 말을 들은 적 없던 차에 나오키의 글은 내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알려 주었다.
내가 대중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예전에 사는 재미를 컴퓨터 게임이라는 중독의 길에서 찾았었다. 한편으로는 책을 좋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읽으라는 권장 도서에는 현재의 재미없는 삶과 별다를 바 없는 내용이거나,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점점 멀어졌다. 그러다가 우연히 외국의 대중소설을 접하면서 신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무작정 시작한 것이라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꽤 방황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의 가이드가 생겼다. 내 길을 찾아가게 도와준 것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간에이 무도감
무사 한베에가 자신과 똑같은 녹봉을 받으면서도, 쇼군이 참관하는 대회에 나가 잘나가는 무사 아라키와 대결해서 자신의 실력을 검증하려는 내용이다. 주로 에도 시대 무사가 느끼는 열등감과 무사정신을 알 수 있었고, 무사끼리의 대결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실재로 있었던 사건 속에 숨어 있던 사실을 토대로 한 내용이라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단편이라서 그렇게 큰 복선도 없이 깔끔하게 끝나지만, 읽고 즐기는 대중문학의 특성이 살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용이 어렵지 않게 와 닿아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결에서 이기면 좋지만 이기는 방법이 어떤가에 따라, 승자여도 승자가 아닐 수 있다. 아무리 승자라도 비겁하게 이겼으면 패배자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처럼, 비겁하게 이겼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숨겨진 사실을 보면, 패배자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자신의 도리를 지킨 진정한 승리자인 경우가 있다. 이런 진정한 승자를 위해서라도 불공정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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