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아티초크
한국 시
★★★★★
국내 시인 중에서 윤동주하면 다들 알아주는 인물이라는 걸 꽤 오래 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학창시절 누구나 다 그렇듯이 윤동주는 결코 좋게 볼 수만은 없었다.
분명 그의 시는 가치로서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윤동주 작가가 생각한 바 그대로의 풀이인지 아니면 비평가들이 만들어낸 풀이를 윤동주의 뜻이라며 선전하는 풀이인지 알 수없는 시험 문제를 보면 도저히 좋게 볼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다들 윤동주, 윤동주하면 치를 떨고는 했지만 나는 그게 윤동주 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시를 쉽게 볼 수 없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긴 했다.
그 후, 이제 시를 편하게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 나름대로 느끼며 읽고 있으니 이제 윤동주의 시도 편하게 볼 때가 된 것 같다. 이제 과거의 독한 시험문제로서의 윤동주가 아닌, 정말 시로 서의 윤동주를 보자.
윤동주의 시를 보면 대체로 소박한 일상에서의 이유모를 아련함과, 어딘가로 날아가고 싶어하는 갈망이 느껴졌다. 분명 보면 시에서의 상황은 별거 아닌 게 많은데,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잔뜩 잃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마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의 느낌이 시 전반에 녹아있는 게 아닌 가 싶다.
특히 어딘가로 날아가고 싶어하는 갈망은 대체로 모든 시에서 거의 느껴진 것 같다. 어떤 느낌이냐면 잔잔히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공중에 떠서 종잇장처럼 하늘하늘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라 설명한다. 그래서 날아가고 싶다는 것도 단순히 어디로 가고 싶다는 목표를 정한 것도 아니라, 그 전에 먼저 그냥 아무런 간섭도 없이 그냥 자유롭게 가는 대로 날아가기를 염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느낌은 초반에 있는 "공상"이라는 시가 제대로 보여준다. 여기서는 자유롭게 날게 된 이후의 모습을 쓴 것에 더 가깝겠지만.
하나 더 꼽아보자면, "간"이라는 시는 그 시대의 상황을 보면 정말 윤동주의 식견이 꽤나 넓었던 것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토끼의 간 이야기와 서양의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는 프로메테우스를 결합한 내용은, 동서양의 비슷한 소재를 가지지만 전혀 느낌이 다른 이야기를 어우러지게 한 것을 보면 이런 점이 윤동주가 가지고 있던 또 다른 가능성이었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이름은 많이 들어본 "별 헤는 밤"은 정말 이름 값하는 시라는 생각을 했다. 평범하게 시작해서 끝은 우주적으로 장엄하게 끝나는 시라, 윤동주의 대표시라 하기에도 걸 맞다고 생각했다. 정말 윤동주가 광복 이후에도 생존했었다면 무엇이 더 나왔을지.... 정지용 시인이 안타까워한 것처럼 나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무한한 나의 공상--
그것은 내 마음의 바다
나는 두 팔을 펼쳐서
나의 바다에서
자유로이 헤엄친다.
황금 지욕의 수평선을 향하여
<공상> 중에서-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 헤는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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