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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의 음악욕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9. 10. 1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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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의 음악욕

 

운노 주자/아프로스미디어

일본 소설

★★★★★

 

18시의 음악욕

 먼 미래의 지구. 미루키국에서는 18시마다 음악욕을 하는 규정이 있다. 음악욕은 두뇌와 신체를 잠시 동안 초인적으로 올려주며 동시에 반사상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줘서 대통령은 이 음악을 매일 틀게 하려 생각한다. 그러나 이 음악욕의 제작자인 코하쿠 박사는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입장인데...

 미래 독제체제가 배경이지만 자유에 대한 염원과 통제에서의 해방보다는 과학기술을 만드는 과학자를 어떻게 대우하는가, 전문가가 아닌 이들에게는 과학이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 과학자하면 역사 속의 다양한 위인들이 떠올려지고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 아니 과학기술이 학문이 아닌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매개체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잘못되기 시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자에 대한 하등대우가 대표적인 예인데, 특히나 이공계열이 천대받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중 나오는 음악이라는 요소는 일종의 대중매체고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자극적인 대중매체의 위험성을 나타낸 것 같았다. 마약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강한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면역이 생겨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고, 결국에 정상적인 사고회로는 망가지고 만다. 이게 자의적으로 노출된 것이라면 이렇게 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진행된 보편화라면 이건 태생적인 문제라 볼 수밖에 없다.

 

투명 고양이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아버지에게 도시락을 전해주러 가던 세이지는 어딘가에서 들리는 고양이 소리를 듣게 된다. 소리가 난 곳에서는 분명 고양이가 있었지만, 눈을 제외한 형체가 보이지 않는 투명한 고양이었다. 세이지는 신기한 나머지 몰래 집에 데려왔다가 자신이 투명해지는 일을 겪게 되는데...

 허버트 조지 웰즈의 투명인간이 생각나게 만드는 내용이다. 여기서 투명에 관한 작가만의 이론이 나오는데, 제법 그럴싸해서 실제로 투명 기술이 개발되다 보면 이런 예시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론 때문인지 투명에 관한 내용임에도 어딘지 모르게 전염병 아포칼립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장기 재생 실험

 의대생 후키야 다카시는 교도소 외과원장 쿠마모토 박사로부터 죄수의 장기를 부탁해 얻어낸다. 그는 장기가 공기 중에 혼자서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 실험을 할 계획인데...

 과학기술로 생명체를 살려낸다는 점에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나, 러브크래프트의 허버트 웨스트와 유사하지만, 이 둘에 비하면 상당히 엽기적인 발상이라 금단의 영역을 넘어선 과학의 공포가 어디까지 나올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

 

로봇 박사의 죽음

 젊은 과학자이자 탐정인 호무라는 길거리에서 한 남녀의 밀정을 목격한다. 호기심에 뒤를 쫓던 호무라는 여자가 자택에서 무언가를 목격하고 도망치는 걸 목격한다. 그 집은 로봇연구로 유명한 타케다 박사의 집이었고, 타케타 박사는 침대 위에서 머리가 박살난 채로 죽어있었다. 경찰은 방에 있는 피범벅이 된 로봇이 박사를 죽인 것으로 짐작하는데...

 SF와 추리 모두를 만족시켜서 SF 추리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재적인 탐정의 이미지는 많이 보았는데, 아예 직업이 과학자인 경우는 처음 보았다. 일단 살인사건이긴 했지만, 얼핏보면 밀실 아닌 밀실 살인사건으로 보이기도 했다. 로봇이 범인이라 가정한다면 그냥 살인사건이지만, 인공지능도 아니고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도구로 취급하는 작중 분위기로 본다면 밀실이었다. 작가가 이런 것까지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얼핏 보면 그냥 과학기술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보이지만, 결말에 남겨진 여운을 보면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로봇의 원리를 생각하면 이런 계획적인 살인이 발생하지 않아도 오작동 같은 사고로 사람이 죽을 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걸 바로 과학의 양날성이라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외계 전송

 약혼녀 에리코의 소식이 끊긴 나머지 그녀가 일하는 연구소로 찾아간 나. 연구소장 마카오 박사는 에리코가 어디 있는지 제대로 말을 하지 않으면서, 최근에 나타났다는 백색의 괴생명체를 보여주는데...

 스티븐 킹의 단편 '조운트' 가 생각나는 내용이. 둘 다 공간이동이 주제이고, 이 공간이동의 치명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끔찍한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할 수 있다. 다만 각각의 작품에서 나타난 공간이동 기술 묘사에 차이가 있고, 조운트는 과학기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소시민인 반면, 외계 전송은 과학기술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는 과학자 관련됐다는 점에서 검증되지 않은 과학기술의 남용이 얼마나 위험한지 더 크게 다가온다.

 

1000년 후의 세계

 냉동수면 기술로 1000년 후의 세상에서 눈을 뜬 후루하타 박사. 누군가 밖에서 문을 열어줘야 나갈 수 있어서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슬슬 불안감을 느낄 쯤, 한 여인이 문을 열어줘서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미래의 모습은 이럴 것이다, 라는 가정은 옛 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옛날의 상상도와 현재를 비교하면 맞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틀린 것이 많은 경우도 있다. 1000년 후의 세계도 이와 비슷하다. 환상적으로 발전한 경이로운 세상이 되긴 했지만, 예상과는 다른 점 역시 존재한다. 현재의 환경오염이나 지구 온난화 문제보다 더 예상 밖의 일이 있다면 무엇일지.

 

사차원의 남자

 어느 날, 밤거리를 지나던 중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보이지 않는 걸 느끼 된 나. 그냥 우연이라 생각하며 넘기려 했으나, 같은 일이 반복되고 변함없이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옆집 관상가에게 가보기로 하는데...

 한 인물을 통해서 차원에 대한 개념을 알 수 있었다. 좀 독특한 점이라면 관상가가 사차원에 대해 설명하다보니, 분명 과학적인 요소가 나와도 운명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공중 묘지

 탐정 쿠리토는 한 의뢰를 받는다. 의뢰자는 20년 전 세계 일주를 떠났다 실종된 항공기와 관련해서 조사를 부탁한다. 다름이 아니라 그 항공기의 조종사가 두 사람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도쿄에 나타났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상당히 엄청난 트릭에 놀라고, 거기에 반전까지 탁월해서 두 번 놀랐다. 여기에 묘사된 우주이론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게 더 놀라운 점이다. 이 엄청난 걸 계획한 범인이 상당히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면 이해가 될 만도 했다. 거리가 엄청 멀고, 그 누군가에게 발견될 일이 없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어딜 가든 그 장소가 있는 방향을 보게 되고 모르는 사람이 아닌 이상, 불안에 떨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우주 밀항

 노년의 탐정 소로쿠는 한 여인의 의뢰를 받는다. 여인은 화성 탐험대에서 영웅적인 활약으로 명성이 자자한 이카리 에이지의 부인으로 어떤 괴상한 남자에게 스토킹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로쿠는 조카 하치바와 문제의 남자를 뒤쫓는다. 하지만 소로쿠의 돌발행동에 하치바는 당황하고 마는데...

 작은 사건으로 시작해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나는 대사건이 되는 내용이다. 소로쿠 탐정의 수사방법에서 남을 이해하려는 모습이 보여서 특이한 인상을 받았다. 거기에 원래 스토킹 상대를 만났을 때 했을 법한 행동들은 조카 하치바가 하려고 해서 역할이 바뀐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큰 트릭 같은 것은 없었지만, 작게 시작된 사건의 전말이 예상보다 커다란 형태였기에 충격이 상당하다. 비록 누가 죽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원래 알려진 정보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여러모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

여기서도 공간이동 기술의 문제점이 나온다. 다만, 외계 전송 때와는 달리 전송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다소 희망적이다 할 수 있다.

 

꿈속의 살인

 토모에다는 꿈속에서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자신의 부인을 총으로 쏴 죽인다. 이후 같은 꿈을 꾸지만 어딘가 약간씩 다른 것이 느껴져서 잠시 안심하게 된다. 그러나 역시 총으로 여자를 쏴 죽이게 된다. 문제는 그 여자가 친구의 부인이었다는 것인데...

 꿈과 현실의 경계가 혼선을 겪는 내용이라 정답이 있어도 정답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냥 애매모호하다면 모를까, 확실한 배경과 확실한 인물, 확실한 사건이 있음에도 현실과 환상이 한끗  차이로 나뉜다는 것이 소름 돋을 정도다.

 

지구 도난

 숲 속으로 딱정벌레를 잡으러간 도키오와 미요. 그런데 갑자기 괴생명체가 나타나고 도키오는 실종된다. 마을의 과학 선생인 오오스미는 도키오를 찾아 숲속으로 들어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는데...

 중편 정도 되는 분량에 SF 미스터리, 모험, 활극이라 해도 될 정도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상당히 설계적인 외계 침공물이라 할 수도 있는데, 보통 생각하는 침공과는 차원이 다른 방법에 상당히 독특한 외계인이라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흥미진진한 내용임에도 약간 아쉬운 게 있다면 지구 쪽에서 일어난 사건은 이해가 가지만, 외계인 측의 의견이 제대로 나온 게 없었다는 것이다. 그냥 말이 안 통하는 외계생명체라면 모를까, 이런 상당한 설계를 한 것들인데 모습과 약간의 대화를 제외하고는 나온 게 없어서 기대에 비해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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