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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살인사건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9. 3. 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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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살인사건

 

다카기 아키미쓰/검은숲

일본 소설

★★★★

 

 문신하면 다들 무엇을 떠올리는가? 당연히 국내 조직 폭력배는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의 야쿠자 등등... 이미지가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어떻게 보면 과거부터 시작된 뿌리 깊은 편견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치 성인(聖人)들이 많이 하면 성스럽고, 악인들이 많이 하면 나쁜 짓이 되듯이 문신도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한다.

 이런 문신을 둘러싼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다카기 아키미쓰가 만든 탐정 가미즈 교스케가 맡은 첫 번째 사건이다.

 마쓰시타는 학과 교수인 하야카와 박사를 따라 문신 경연 대회장을 방문한다. 종전 직후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화려한 문신을 소유한 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오로치마루 문신의 여인, 기누에가 있었다. 그런 기누에가 마쓰시타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자신의 가족들이 새긴 문신 사진을 넘겨준다. 며칠 후, 기누에의 연락을 받고 기누에의 집을 방문한 마쓰시타는 집 안에 널린 핏자국을 발견하게 되는데...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은 문신으로 시작해서 문신으로 끝나는 문신 살인사건 그 자체이다. 문신의 역사는 물론이고, 다카기 아키미쓰가 글을 쓰던 당시의 문신사들의 위치, 사회적으로 나타난 문신의 이미지 등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이 볼 때는 약간 혐오스럽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문신이 그려진 피부 자체에 대한 느낌이라던가, 시술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 썩 볼 만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사건도 그 동안 보았던 사건의 느낌과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기괴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문신을 둘러싼 끔찍한 살인 속에 숨겨진 겹겹의 트릭은 나름 놀라웠다. 정말 작가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걸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썼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이게 출간되었을 당시를 생각하면 참으로 시대가 만들어낸 역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건 작중의 나오는 폐허의 일본 모습이라던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상에서도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체로 보면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초반은 강렬한 느낌으로 휘어잡아 흥미진진하게 하는데, 후반에 가미즈 교스케가 나오면서 약간 그 느낌이 애매모호 해지는 감이 있다. 초반의 사건 느낌이나 스케일이 너무 크게 다가온 탓이거나, 후반의 가미즈 교스케의 추리가 너무 말빨로 진행된 탓이거나, 아니면 사건의 스케일에 비해 후반에 밝혀진 트릭이 뒷받침하기에 다소 약한 구석이 있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가미즈 교스케의 추리 스타일은 썩 유쾌하게 볼 만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약간 증거도 없이 그냥 들이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작가 역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이기 때문에 크게 비판하지 않고 넘어가도 좋을듯하다.

가미즈 교스케와의 첫 대면은 약간 말빨이 우세해 별로 큰 감흥은 없었지만, 중간 중간 나오던 명석한 추리를 높게 사서 더욱 뛰어나게 나오는 다른 작품에서 또 봤으면 한다.

 

 

어둠 속에 열린 창문

 한밤중, 구레타케 아파트에서 추락사건이 발생한다. 추락사한 시체는 목이 졸린 흔적이 있어 명백한 살인이었다. 주민들은 추락사한 주민의 집에 몰려가지만, 문이 잠겨있는 바람에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그런데, 집 안에는 범인의 흔적은 없고 창문만 열린 상태였다. 더군다다 열쇠는 집 안쪽 문고리에 끼워져 있는 상태였다. 옥상에는 밧줄을 맬 수도 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창문으로 날아가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본격적으로 가미즈 교스케가 활약하는 모습이 나오는 단편이다. 문신 살인사건에서 나오던 기괴한 느낌이라던가, 현대적인 괴담 느낌이 물씬 느껴져서 아무래도 같은 시대의 작가들(에도가와 란포)에게 영향을 받은 듯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게 실은 그 동안 묻혀 있던 초창기에 썼던 미공개 단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단편추리라지만 해결과정이 너무나 간결하게 나와 있다.

 이 단편은 한 유명 작가가 연습작을 쓰면 딱 이럴 것이라는 느낌으로 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유명 작가라 하면 다들 큰 기대를 하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어둠 속에 열린 창문처럼 다듬어지기 전에 작가가 늘어놓은 원석 그 자체를 보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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