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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혼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9. 2. 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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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혼

 

 

 

황희/해냄

 

한국 소설

 

★★★★★

 

 

 

 

 죽음을 앞에두고도 삶을 생각하는 것은 역시 미련 때문일까? 그래서 귀신이나 유령으로도 불리는 죽은 사람의 혼이 떠돌아 다니고, 귀신이 씌인다는 무서운 이야기가 많은 것일지도 모른다.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여겨진 탓에 무서운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죽어서 떠도는 영혼도 어쨌든 사람이었다. 말 못할 사연이 있던, 꿈이 있던, 누군가를 사랑하던, 힘들어도 살아가는 의미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옛 고문헌이나 고전문학에서도 다루어지는 영혼을 봐도 요즘 공포영화에서 볼 법한 악령과는 다른 모습이다. 죽고 싶어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삶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기점일지도 모르겠다.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 사는 일러스트레이터,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에게 쫓기는 자매와 이들의 관계 파악에 나선 약사, 시어머니에게 구박받고 사는 재일교포, 죽은 형의 영혼과 한 몸으로 살아가는 남자. 이들을 하나의 관계로 연결시키는 연결고리를 보며 일상에서 전혀 보지 못하는 존재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들여다 본다.

 

 인생을 게임처럼 다시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이 현실로 나타나면, 가장 그럴사한 경우가 이 소설에 나오는 경우로 보였다. 하지만 리셋이라기 보다는 해킹에 가깝고 이로 인해 다른 누군가는 죽는 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섬뜩하다. 이렇게 까지 가면 심각한 전개로 엑소시스트 같은 경우까지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정도까지의 선을 넘어가지는 않는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 소설은 사람이었던 자들의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초자연적인 악의가 아닌 사람으로서 소망하는 간절함으로 가득찬.

 

 살고 싶은데도 죽을 수 밖에 없고, 예상치 못하게 죽고, 죽지 못해서 살고, 늘 죽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 일종의 역학관계가 성립하지 않나 싶다. 겉은 변함없이 혼의 상태만 죽고 싶은 사람은 나가고, 아직 살고 싶은 사람은 돌아오는. 무섭게 다가와야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안타까운 건 왜일까. 죽었더라도 결국은 같은 사람이라 그럴까.

 

 빠른 전개 속에서 누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쫓는 과정은 여러모로 색다른 미스터리였다. 인과관계에 대한 미스터리와 혼의 실체라는 금기에 다가가려는 시도라는 두 가지 구도가 있다. 얼핏보면 이 두 가지 구도는 방향이 달라 보이지만 결국에는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된다. 혼에 대해 다가가는 부분과 금단의 영역이라는 점이 어딘지 모르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타나토 노트>와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타나토 노트>가 멀리서 찾는 죽음이라면, <부유하는 혼>은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죽음으로 보였다.

 

 혼을 중심으로 죽음이 많이 나오는 내용이지만, 그 반대인 삶을 더 생각하게 만든다. 죽어서까지 다시 살고 싶은 이유가 있는데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은 왜 쉽게 죽음을 선택할까.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뭔가 의미 있는 걸 놓치지 않기 위해 시도를 해본 적 있을까. 삶을 너무 좁고 한정되게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오래 전, 죽음 너머를 들여다볼 생각을 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현실에서 길을 잃고 방황한 결과로 생각된다.

 

 살고자 부유하는 혼, 죽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

 

 서로 다른 세계이지만, 어떤 곳이든 사람 사는 곳은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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