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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산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9. 2. 1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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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산

 

디온 메이어/아르테 누아르

아프리카 소설/남아프리카 공화국 소설

★★★★★

 

 척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본인은 물론이고 지킬 것이 많다. 무슨 야생에서 살아가는 것 마냥 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멀쩡한 사회가 있어도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한다면 그게 야생과 다를 게 없다. 특히 치안이 불안하고 부패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더욱 야생이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야생에서는 가장 먼저 공격받기 쉬운 건 약자이다. 특히 어린 생명이

 베니 그리설은 과도한 음주로 아내와 별거를 하고 있던 중, 아동폭력범을 골라 살해하는 일명 아세가이 살인마 수사를 맡게 된다. 아무런 단서 없이 전전하던 중, 콜걸 크리스틴이 자신의 아이가 콜롬비아 마약상에게 납치당했다는 신고를 듣고 거대한 작전을 짜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대한 인상은 아파르헤이트와 월드컵, 그리고 괴담처럼 돌던 치안문제까지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회상이 복잡한 구성을 띄어 보였다. 빈부격차 외에도 서로가 서로를 불편해 하는 분위기에 낯설지 않은 부정부패와 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공권력의 모습에서 상당히 거친 느낌을 받았다. 있을 건 다 갖춘 사회지만, 결국에는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야생적인 느낌.

 특이한 무기를 가진 살인마가 나오지만, 작가는 굳이 이름을 밝히고서 시작한다. 이런 경우 대체로 형사, 혹은 탐정과 범인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스릴를 형성하고는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형사고 범인이고 모두가 피해자나 다름없어 보였다.

 베니 그리설은 범죄소설에 자주보이는 술에 빠져 사는 형사의 이미지지만, 가정을 위해 술을 줄인다는 점에서 약간은 색다른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알콜 중독 치료과정까지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베니 그리설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 내내 술과 싸우는 장면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베니를 보면 뭔가 의욕은 있지만, 세상에 실망해서 자신을 망치는 경우로 보였다. 아무리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도 주변 환경 때문에 망가지는 걸 본 입장에서 베니 그리설은 불운의 경찰이었다.

 아동 범죄가 주 소재라 보는 내내 불편한 감이 있었다. 거기에 경찰은 도움이 안 되고, 범죄자 인권은 지독히 따지는 모습이 많아 아세가이 살인마의 행적은 해결사에 가까워 보였다. 보통 복수하는 형태의 살인마는 각종 다양한 문제점을 들어 정당성을 부정하려드는데, 작중 사회 상황과 증오적이기 보다는 뭔가 결의에 찬 듯한 살인마의 심리를 보면 살인마 본인이 말하는 것처럼 혁명가에 가깝게 보였다. 분노와 함께 나타나는 그의 염원이 남일처럼 보이지 않아서 몰입이 되었다.

 여기에 인물들 간의 접점이 상황을 더욱 예상치 못하게 한다. 특히 사건의 중심에 있는 베니 그리설과 아세가이 살인마 외에 나오는 크리스틴이라는 여성의 시점이 그렇다. 크리스틴은 아세가이 살인마 사건 외의 시선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회 전반적인 모습을 제대로 모여준다. 열악한 현실에 맞서는 베니와 살인마처럼 대응할 만한 수단이 전무하기에 크리스틴은 거의 피해자의 위치라 할 수 있다.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성향과 출신환경은 모두 다르지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때로는 불법적이고, 때로는 과격하기도 하지만 작중 내내 펼처저 있는 사회를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겉으로는 아는 사람, 같은 직장의 동료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면, 그리고 멀쩡히 있는 사회가 보호를 하지 못한다면 남은 것은 자체적인 방어 밖에 없다.

 사회에 존재하는 야생이 바로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허울만 있고 실질적인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결국에는 자기 자신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회가 이렇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기에 거친 야생을 언제 어디서 경험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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