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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너무 많다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9. 2. 1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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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너무많다

 

렉스 스타우트/엘릭시르

영미 소설/미국 소설

★★★★

 

 추리와 요리. 별 관련 없어 보이지만, 저택을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에서는 그 장소에 걸맞는 음식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단지, 요리보다는 추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부각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였는지 추리와 함께 요리를 같이 주목하는 추리소설이 나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역자후기를 보면 셜록 홈즈가 먹는 음식에 관심을 가지다가 그 뒤로 탐정들이 먹는 것을 따지고 미식에 관해 나오면서 이런 구성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나는 이렇지도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지금도 요리와 관련된 추리가 있지만, 본격 추리의 저택에서 나올 법한 요리가 등장하는 건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네로 울프는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요리장들이 모이는 행사에 초대를 받는다. 웨스트 버지니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네로는 오래전에 맛보고 잊을 수 없었던 요리, 소시스 미뉘이를 개발한 요리사 제로메 베린을 만나지만 그에게서 조리법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커노 스파의 포카혼타스 별관에 도착한 네로 일행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요리사들이 필립 라스지오라는 요리사를 경계하고 심지어는 증오라는 걸 목격한다. 첫 만찬이 끝난 후, 요리에 첨가된 소스를 맞추는 행사가 진행되던 중 필립 라즈지오가 칼에 찔려 사망한채로 발견되는데...

 들은 바에 따르면 네로 울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건 그 당시 미국인의 관점일지언정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관점은 아니라는 건 확실히 따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이었다.

 일단은 안락의자 탐정의 정석대로 네로 울프가 움직여서 수사하지 않고 조수인 아서 굿윈이 한다. 그런데, 이 작품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수사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거의 사건 현장인 커노 스파를 아서 굿윈을 통해 관람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중간 중간에 범인의 행적에 관한 게 아예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수사를 위해서가 아닌 귀찮게 하는 이들을 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 어떻게 보기에는 상당히 김빠져 보일 상황이었다.

 도대체 밑도 끝도 없이 모르쇠로 퍼트려놓고 어떻게 결말로 수습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구성이라 이런 게 어떻게 세련된 플롯이라 평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사건 해결에 가서는 결국 아서 굿윈도 들러리에 지나지 않은 현실을 보면 왜 이게 유명작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상당수일 것이다.

 굳이 이게 왜 유명작인지 따져보자면 여러 요리장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요리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 있는 것과 네로 울프 시리즈에서 강조하는 오트퀴진의 향기가 짙어서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또한 네로 울프가 수사관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비판하고, 그런 네로 울프를 존경하는 듯 하면서 이따금 식 그를 놀려먹고 싶어하는 아서 굿윈의 만담스러운 상황도 나름 볼만 하다. 다만 사건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런다면 집중해서 보겠지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에서 이런 게 나오니, 이것들이 하라는 수사는 하지 않고 헛소리만 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요리에 대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면 별 불만 없을지 모르지만, 요리 미스터리건 오컬트 미스터리건 트릭과 해결과정에 대한 신선함을 원하는 추리소설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솔직히 여기서 사용된 트릭은 그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는 상상도 못할 트릭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는 당시 시대적 환경이 어땠는지 이해하지 않는 이상, 정말 시시하게 밖에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리사가 너무 많다는 제목에 걸맞게 많은 고급요리가 나와서 오트퀴진 미스터리라는 이름이 장식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어필했다. 다만, 추리적인 면을 보자면 좀 호불호가 심하게 느껴져서 다른 네로 울프 시리즈가 어떤지 알지 않는 이상, 진가를 알아보기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덤으로 원서에는 실려 있었다는 소시스 미뉘이 조리법이 번역서에는 실려 있지 않았다는 게 참으로 유감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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