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황소자리
북유럽 소설/아이슬란드 소설
★★★★★
세계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곳곳에서 검은 역사를 찾을 수 있다. 그릇된 이유나 주장으로 대규모 인명이 희생당하는 경우가 대표적인데, 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예로 중세시대 마녀사냥이 있다. 그저 무고한 인명이 대량 희생당하고, 종교개혁 시기에 일어난 대참사로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일은 발생하게 되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마녀사냥 역시 시작된 기원과 과정이 있을 것이다. 종교나 오컬트적인 해석이 아닌 현실적인 해석으로.
아이슬란드 대학교에서 눈알이 도려내진 독일인 유학생 하랄트의 시체가 발견된다. 변호사 토라는 진범을 잡아달라는 유가족들의 의뢰로 대리인인 독일인 매튜와 함께 사건 조사에 나선다. 살해당한 유학생의 집에서는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을 비롯한 중세 마녀사냥 관련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가 아이슬란드의 마녀사냥에 대한 역사를 뒤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유럽 본토에 비해 다소 관심 밖에 있는 탓인지 바이킹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던 아이슬란드 역사에 대한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유럽 본토 쪽의 중세시대 상과 다소 다른점이 있다던가, 당시의 아이슬란드에 대한 서술을 보면 유럽 본토 쪽에서는 다소 신비로운 지역으로 여겨지지 않았나 싶다.
잔혹한 사건에 주요 소재도 범상치 않아, 댄 브라운의 로버트 랭던 시리즈처럼 커다란 스케일이 전개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런 것 없이 현실적 그 자체다. 보통 추리 소설이 잔혹하게 시작하면 그 분위기가 끝까지 가기 마련인데, 마지막 의식은 겉포장과 장식만 그렇고 전반적인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당장, 변호사 토라의 일상적인 모습과 매튜와 수사하는 분위기만 봐도 일상에서 크게 벗어난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중간중간에 가끔 튀어나오는 잔혹한 장면 때문에 완전 일상적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추리적인 면으로는 큰 트릭 없이 주술 상징과 마녀사냥과의 연계점, 살해당한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는 구성이다. 이렇게만 보면 너무 잔잔하지 않나 싶지만, 중간중간에 연관된 인물들이 토라와 매튜가 안 보는 곳에서 보이는 행동과 생각들이 있어 꽤 스릴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제가 중세시대 마녀사냥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일탈적인 행동의 원인과 해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충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흑마술과 주술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보면 오컬트니, 악마숭배니 하는 미스터리 같은 부분은 장난 같아 보일 정도다. 지금과는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은 달라도 그 시대 사람들 역시 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사는게 힘들고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을 때 어떻게 든 해소하는 부분에서 그렇다. 누구는 조용히, 또 다른 누구는 약간 격하게 해소를 하는데 이런 부분만 가지고 일탈로 오해하는 순간 마녀사냥과 같은 일이 발생하고 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는 그렇지 않지만 그저 보이는 행동이 불순하게 보인다고 일탈이라고 규정하고 차별하는 것이다. 이게 진짜 주제로 생각되는 게 작중에서도 의도는 그렇지 않은데 외적인 면만 가지고 사람을 쓰레기 취급하거나 취급당할까봐 걱정하는 면이 많아서 그렇다.
특히 이런 일방적인 일탈 규정이 가족에게서 많이 일어난다는 걸 느끼게 하는 부분도 볼 수 있다. 자녀의 생각을 들어보지 않고 무턱대고 화를 내거나, 들어도 믿지 않는 모습이 그렇다. 자녀의 일탈을 막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가르친다고 다들 주장하지만, 오히려 이런 편견이 이탈을 조장하거나 더 거친 행동을 유발하게 만들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런 자녀에 대한 편견적인 부분을 부모로서 토라가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이해하려는 모습이 우리가 가져야 하는 자세라 생각한다.
외적인 면만 가지고 편견을 가지고 차별하는 건 지금도 그렇다. 그저 비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세시대 마녀사냥처럼 실질적인 공격을 가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고. 설명하기 귀찮다,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고 다 나쁜 것이라 여기기 보다는 마음을 터 놓기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가까운 사람이든 낯선 사람이든 자신의 힘든 일이나 고민을 쉽게 털어 놓기는 힘든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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