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옌난/몽실북스
중국 소설
★★★★☆
악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어디서 다가올지 모를 칠흑같은 어둠은 물론이고, 안전하다 여겨지는 빛이 있는 곳에서도 그림자를 드리우며 덮친다. 보통은 이런 걸 예기치 못한 일이거나 갑작스러운 비극이라 하지만, 애초에 모든 걸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는 경우라면 말이 다르다. 그건 곧 우연하게 나타나는 그림자가 아닌, 가까이에서 숨어있던 그림자가 되는 것이다.
살인마 L이 보내온 분리된 권총 하나. 이것은 D시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L의 게임규칙 변경에 모삼과 무즈선은 충격에 빠지고 만다. 이어지는 사건 속에서도 L의 직접적인 개입이 발견되면서 모삼은 L이라는 존재 자체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어머니를 만나러 프랑스를 방문했던 무즈선에게 큰일이 닥쳤다는데...
사신의 술래잡기에 이어 탐정 모삼과 법의관 무즈선의 추리가 이어진다. 전작에서 강조되던 게 알려지지 않은 미제사건이라면, 이번에는 알게 모르게 가까이 있던 범죄의 그림자다. 그래서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거나 연관성 있는 인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이 의외성은 반전 같은 건 아니고 겉으로 볼 때는 범죄를 저지를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사람의 겉과 다른 추악한 모습이 숨어있는 게 많았다. 이번 사건에 나오는 범인들은 술래잡기에 나온 범인들 만큼의 잔혹성을 보여주면서 각종 이중적인 모습이 보였다. 직업, 빈부격차, 심리, 지역개발, 정체성. 반대되는 경우가 있거나, 깊고 커다란 어두운 면이 있는 경우다. 근본적으로 악인인 경우도 있지만,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나 감정이 그림자처럼 숨어 있던 살의로 현실에 나타나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몇몇 사건의 범인은 살인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평범한 모습이라 안타깝게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중국에서만 한정된 문제들이 아니라서 세삼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사신의 격려 파트에서 나오는 부동산, 재개발 문제 같은 경우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재개발지역과 서울 용산 문제가 떠오를 정도로 재개발 과정에서의 원거주민들이 입는 피해와 무산되었을 때의 무책임함이 보였다. 중국은 개발 스케일이 더 크기에 그만큼 피해자가 많이 나타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난개발이 얼마나 고위층 멋대로 벌어지고 거주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지 잘 알 수 있기도 하다.
살인마 L의 돌발행동도 눈여겨볼 점 중 하나다. 사신의 술래잡기에서 과거경력과 모삼과 무즈선의 증언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정도였던 그가 이번에 사건 속에 직접 개입한다. 그 동안 말로만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누군가를 죽일 것이라 공헌하던더라, 그의 변칙적인 개입은 긴박함을 불러오는 동시에 수수께끼 같은 그의 존재와 행동을 탐구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그 역시 이번 사건들의 주제인 그림자에 속하기에 더 관심있게 볼 수 밖에 없다.
그냥 미치광이 살인마 정도였던 전작의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면이 많았다. 사건이 이어질수록 점점 사회적 부조리에 관해서 다소 과격하지만 날카롭게 지적하는 면이 있어 어딘지 모르게 모삼과 무즈선이 생각하는 것과 다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악의 편이라는 확고한 차별성을 보이긴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제프 린제이의 덱스터 시리즈에 나오는 덱스터 모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덱스터는 보통 사람 코스프레와 멀쩡한 직업을 가진 동시에 범죄자를 죽이는 살인마이지만, 살인마 L의 경우는 아예 대놓고 누구나 죽일 수 있다고 공헌하는 미치광이 범죄자 인증을 하고 다닌다는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그 동안 궁금증을 유발하던 살인마 L의 정체와 연관성을 보여 다소 윤곽이 잡히고 확실해진다는 느낌이다. 과연 살인마 L의 정체는?
마무리가 확실하면서도 좀 찜찜한 구석이 있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모삼과 L의 악연은 확실히 정리된 듯하다. 이걸로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졌다면 말이다. 직접적인 범죄가 아닌 잠재적인 그림자는 언제 어디에서 또 다시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니까.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