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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의 괴담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8. 12. 3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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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의괴담

 

 

 

이경민/내리리십오번지

 

한국소설

 

★★★★☆

 

 

 

 

 이야기와 소설, 무엇이 다른 것일까. 말과 글자. 구전과 기록. 저작권의 유무 등... 일일이 열거하다보면 더 있겠지만, 사실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팔리냐 안 팔리냐의 문제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구전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고, 기록은 읽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괴담하면 떠오르는 건, 귀신이나 괴물 같은 것이 나오는 무서운 이야기다. 하지만 의미를 넓게 보면 괴상한 이야기라면 전부 괴담이라 할 수도 있다. 책 서문에 나와 있듯이 너무 흔해서 지나친 일상의 조각 같은. 메이저가 아닌 세상에 널려 있는 온갖 이야기들.

 수록된 단편들을 읽으며 이건 괴상한 걸 넘어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하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주, 족발을 가로 지르다

 

 겨울철인 어느 날, D선배의 자취방에 방문한 L. 미리 와 있던 J와 소주에 족발을 먹던 중, LD선배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다름이 아니라 예전에 선배가 하려던 다단계 사업과 관련 있었는데...

 

 소설을 쓰기 위한 과정을 나타낸 듯한 내용으로 보였다. 다소 기묘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다면, 소설 소재가 지인의 체험담이기 보다는 다양한 인물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게임판 위에 올려놓을 말을 채집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야기 판 위에 인물을 늘어놓고 어떻게 하든 창작자 마음이지만, 소설에 쓰일 인물을 찾는다는 건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평범한 내용을 가지고 너무 심오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Funny Valentine Day

 

 고래밥에 고래가 몇 개 있는지 확인할 정도로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몰래 낙태수술을 하고 나온 여자. 여자는 편의점에서 대충 아무거나 때우던 중,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남일 같지 않은 현실의 모습이라 여러모로 공감하며 읽을 내용이다. 남녀가 처할 수 있는 좋지 않은 현실이 전부 들어가 있어 상당히 암울한 분위기라 더 몰입이 되는 부분도 있다.

 무엇이 최선인가를 많이 생각해 보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남들처럼 하는 게 좋은지,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이런저런 의견과 소식 속에서 나의 최선은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돌아보게 한다. 알고보면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치 없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지루하고 재미없는 삶은 없을 테니까.

 고래밥으로 어떤 진리를 나타낸 것은 여러모로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명언이나 쓸때 없이 틀에 박힌 조언보다 단순한 것에서 찾아내는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온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괴담

 

 군대를 전역한 병춘이는 우연히 군필자 우대해준다는 조건을 보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편의점에는 온갖 진상들이 오면서 난장판을 만드는데...

 

 제목을 보면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처럼 보이지만 리얼리티한 편의점 알바생의 일상을 나타낸 정도다. , 아예 무서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긴하다. 하지만 편의점 알바생의 시점으로 보면 늘상 있을 법한 그 이상 그 이하의 일로 보여서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는 온갖 사람들이 드나드는 만큼, 알바생에게 이 만한 괴상한 이야기는 없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연령대. 그 중에서 평범하지 않거나 사고를 일으키는 부류도 있다. 같은 손님이라도 또 다른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 알바생 역시 관찰자가 되거나 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괴담 핫플레이스인 것이다.

 

 

그 여자의 편지, 쌍곡선을 그리다

 

 군대에서 관심병사인 철민은 첫 휴가를 나오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름다운 그녀를 만날 생각에 들떠 있다. 한편, 외모로 놀림받는 여자는 순수한 편지의 주인공인 군인을 기다리는데...

 

 뭔가 감동적인 로멘스 소설로 보이다가 마지막 반전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충격적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지 오래다.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는 하지만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또한 내면을 봐야 한다고서는 착각을 일삼는 경우도 역시 심심치 않다. 대체로 이런 걸 하거나 만든 사람은 이럴 것이다로 생각하는 경우다. 이건 내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외모를 추측하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씁쓸한 하나의 러브스토리이면서, 잘 아는 사실이면서도 현실이 얼마나 외모를 따지는지 뼈저리 게 느낄 수 있었다. 내면 평가 역시 외모로 이어진다는 점까지.

 

 

동방신기의 서

 

 인간세상으로 내려간 스승을 기다리는 제자. 그 동안 제자는 스승이 인간세상에서 활약한 일화를 듣지만, 스승의 입으로 들은 적은 없어 한편으로 의구심을 품는다. 끝에 제자는 스승과 친한 금신나한님에게 궁금한 점을 묻게 되는데...

 

 작중 인물 이름이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라는 생각이 확신까지 이어져서 나름대로 흥미롭게 봤다. 독창적인 고전의 재해석으로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고전이 현대를 바라보는 시점이 있다면 이렇다는 느낌이다. 고전을 읽다보면 대체로 사람 같이 살자는 의미가 많은데, 현대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사람 같지 않게 사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어기는 마당에 사람 같이 살고는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는 곧 서사의 부제로 이어진다. 염원하는 것이나 바라는 것을 위한 과정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곧 서사가 된다. 과정 속에서 나타난 여러 이야기들은 의미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고, 학문이나 이론처럼 어렵지 않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몰입도 된다. 이렇듯 옛부터 글, 서사는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로 바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대는 하고 싶다, 로 끝난다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그냥 <하고 싶다>는 아무리 봐도 충동적이고 무질서하게 보인다.

 서사가 왜 사람 같이 사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쪼다

 

 평범한 직장인이 어느 날, 결혼중계사이트에 들어가 보게 된다. 돈 낭비라는 생각에 망설이던 것도 잠시,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기 시작하는데...

 

 결혼 문제를 다루는데, 주로 결혼에 대해서 이래저래 떠드는 풍조를 문제시 잡은 것 같았다. 작중 주인공 남자가 점점 쪼다처럼 변해가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출산, 결혼포기가 급증한다고 하지만 쓸때없는 간섭과 조언은 어떤 분야든 간에 한 사람을 망칠 수도 있다고 본다. 무슨 일이든 준비가 필요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내가 늦었다고 생각해도 당사자가 그렇게 느끼지 않는 다면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반드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강요나 다름없다.

 

 

그을린 농담

 

 음주운전 사고현장을 수습하던 중 동료를 잃은 소방대장.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릴 새도 없이 현장으로 나가던 그는 달려간 사고현장마다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흔히 아는 괴담에 가장 가까운 내용이면서, 소방관의 어려운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소방관 관련해서 안타까운 일이 많은 요즘이라 더 몰입되는 면도 있었다.

 삶과 죽음에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이 보여서 소방관들이 얼마나 힘들지 느껴졌다. 조금만 늦어도 삶과 죽음이 갈리는 순간을 몇 번이나 봤을 것이다. 여기에 장비문제, 현장에서 활동하다가 생길 수 있는 보상비용 문제까지. 이렇게 신경써야할 점이 많은데, 죽은 사람까지 보게 된다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죽음을 많이 목격하는 만큼 죄책감도 심할 것이다. 실제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소방관이 많다고 하지 않은가. 어쩌면 죽은 사람의 모습은 죄책감이 불러내서 나타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억 속에 오래 남은 죽음 직전의 마지막 순간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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