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코헨/처음북스
글쓰기
★★★★★
글은 어떻게 쓰나요? 어떻게 하면 잘 쓰나요?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자주하는 질문이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보면 좀 대답하기 힘들다. 무작정 쓰면 된다, 규칙을 지켜야 한다, 기승전결이 기본이다, 많이 읽어라 등등. 글쓰는 방법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여러가지다. 그러나 외우면 무조건 답이 나오는 수학공식과 달리 글은 정해진 답이라고는 없다. 누구에게는 이렇게 쓰라고 배웠는데, 누구는 저렇게 쓰고. 그걸 가지고 틀렸다고 하면, 자신 역시 틀렸다 지적받고. 이렇게 되면 누구한데 글 쓰는 걸 배워도 결국에는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또 어떻게 써야할지 고뇌에 빠지고 만다.
글쓰기 책 역시 그렇다.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지만 결론은 글을 쓰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다만,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면전에 대놓고 내 기준에서 봤을 때 너의 글은 정말 형편없다고 비하하지 않는다. 이 책 역시 강요와 비하보다는 일종의 가이드가 제시된다.
자신이 글을 쓰는 환경이라든지,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법, 또는 글을 쓰던 중 있었던 일화를 설명하던 경우와 비교하면, 이 책은 글쓰기의 다양한 사례와 이것에 대한 각종 의견들을 모아 놓았다고 보면 되겠다. 지겹도록 많이 들은 기승전결이라든지, 문법, 맞춤법, 간혹 쓸 때 없어 보이는 규칙 같은 건 이 책에 없다. 글을 쓰다가 매번 고민하고, 때로는 이걸 이렇게 해도 되는지, 이런 건 어떻게 써야하는지 같이 글쓴이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쓰고 대처했는지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각 파트를 살펴보면 막상 글을 쓸 때 한 번 쯤은 고민해봤을 요소 대부분이 있다. 특히 표절과 성적인 묘사에 대한 부분은 어디에서도 잘 설명해주지 않고 듣더라도 자신만의 생각을 정하지 못해 애매모호하게 되고 마는 부분이라 여러모로 유용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퇴고에 대한 부분이 두 파트로 나눠져 있던 탓인지 퇴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 보며 느낄 수 있다.
글쓰기 관련 일화나 좋은 예로 많은 작가들이 언급된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언급되기에 소설이든 산문이든, 또 순문학이든 장르소설이든 그 어디에도 적용된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독 자주 언급되는 작가들이 있다. 톨스토이, 헨리 제임스,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마크 트웨인, 에밀리 브론테 등이다(혹시나 놓친 작가가 있을지도...). 특히 톨스토이의 경우는 저자가 미리 예고하고 들어갈 정도로 많은 언급이 있다. 톨스토이의 글쓰기 스타일이나 저자의 개인적 분석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글쓰기와 관련된 한 일화가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준다. 이보다는 적지만 나름 인상 깊게 언급되는 작가로는 추리 분야에서 유명한 렉스 스타우트와 레이먼드 챈들러를 들 수 있겠다. 현대 작가로는 스티븐 킹이 많은 부분에서 언급된다. 위에서 톨스토이 일화가 재미를 주었던 것처럼 다른 작가들의 사례를 보다보면 뜻밖의 부분에서 웃게 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엄청 어려운 것인데 어느 작가는 너무 단순하게 해결을 보거나. 또는 내가 생각하기에 단순하게 쓸 법한 걸, 한 작가는 며칠을 고민하며 썼다거나.
다양한 작가들의 사례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글은 어려운 것과 단순한 것 사이에서 타협을 보는 것이라고. 누구는 첫 문장을 쓰는데 며칠을 고민하는데, 누구는 아무렇게나 시작하고. 결말을 내는 것도 누구는 여러번 고쳐쓰고도 고민하는데, 누구는 아무데서 적당히 끊고 결말을 내기도 하고. 이렇게 대비되는 사례를 보면 첫 문장을 쓰는 것이든, 소설 설정이든, 결말을 내는 것이든 딱히 정답이라 말할 것이 없다.
한편으로는 온갖 평가와 제약을 신경써 고민하며 어렵게 쓰고, 한편으로는 제약 같은 건 신경쓰지 않고 내키는대로 쉽게 쓰는 것.
글이 나오는 건 그 중간 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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