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다른세상
민속학
★★★★★
어릴적 학교 다닐 때마다 나오는 얘기거리 중 하나가 학교괴담이다. 지금은 입시다, 뭐다 하면서 많이 잊혀져서 얘기거리 축에도 못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 쯤으로 기억되던 학교괴담이 전승되서 올라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한국의 학교괴담을 민속학적으로 연구한 자료는 정말 흥미로웠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내용도 있고 처음들어본 내용도 있었다. 이순신이나 세종대왕 같은 동상전설 부터, 화장실 귀신, 100가지 비밀,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일어나는 무서운 일 등등, 많이 들어본 얘기들이다.
초, 중, 고, 대학교 별로 괴담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통해 각 연령층의 관심사와 특징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무래도 연령층마다 생각과 환경의 차이가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상당수의 학교 괴담이 일제시대에 일본에서 건너와 지금까지 구전되어 올라온 것이 많았다. 동상괴담과 학교가 있던 자리가 묘지라던가, 운동장에서 뼈가 나온다던가, 푸세식 화장실일 때 유행하던 화장실 귀신 같은 것이 그렇다. 하지만 일본에서 건너와서 우리나라 방식으로 변형되거나, 우리나라 식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었다. 그런 것 중에 하나가 어느 초등학교 괴담에서 예전에 학교가 있던 자리가 용이 살던 연못이라는 얘기와 음악실 피아노 괴담이다. 책에서는 우리나라 학교의 특성에 따라 변형되거나 새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주장한다.
각 연령대별로 학교괴담을 보다보면 재미난 점이 있다. 초등학생들의 괴담은 비현실성과 막연함, 만화와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 있고, 중학생부터 사실성이 늘어나면서, 고등학교는 입시관련, 대학교는 학교생활과 죽음과 연관성이 있다. 더 재미난 것은 연령층이 높아질 수록 괴담이 단편소설 수준으로 내용이 탄탄해진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다닐 쯤에는 학교괴담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것은 세상이 삭막해졌다는 증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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