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의 서식지[공포]
24시간 편의점이 위치한 비탈길 밑으로 흰 봉지를 들고, 병나발을 불면서, 비틀거리며 올라오는 한심한 남자가 보인다. 땀에 찌들어 누런색을 띠는 흰 티셔츠에 잔뜩 구겨진 트레이닝 복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백수의 모습이었다. 봉지 안에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녹색 야광 봉 색의 소주병 여러 개가 ‘딸그락, 딸그락’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가 병나발을 불고 있던 병도 역시 같은 것이었다. ‘끄윽’ 하는 트림 소리가 확성기처럼 넓게 퍼지자 동네 개들이 불쾌하다는 듯이 마구 짖어댄다. 마치 술 냄새가 거기까지 난다고 하는 것처럼. 그의 안식처인 반 지하방은 조금 더 위쪽에 있었지만, 빨리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곳에 돈이 있으랴, 애인이 있으랴, 아니면 가족이 있으랴……. 아무것도 없는 빈 둥..
창작 CREATING/단편 소설 SHORT STORY
2019. 4. 1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