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야스미/RHK
일본소설
★★★★★
본래 공포란 딱히 정해진 이미지라는 게 없다. 공포하면 귀신, 벌레, 살인마, 어둠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다양한 바리에이션으로 가면 광대, 심해, 우주, 외계인, 높은 곳 등, 각종 공포증으로 설명되는 것들까지 나온다. 단순히 무섭게 생겼다, 징그럽다, 로 공포를 설명하지만, 그 근원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은 미지. 내가 사는 현실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정체불명의 존재, 혹은 현상이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든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 되면 공포로 변하게 된다는 것일까?
장난감 수리공은 단 2개의 작품만 수록되어 있지만, 내용에서 오는 파괴력이 상당하다. 오래 전에 나와 희귀품이 된 토탈호러라는 단편집에 있던 끔찍한 단편들에 견줄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흔한 공포 소재로 사용되는 것이 나오지 않는다. 단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일어나 현실을 붕괴시킬 뿐이다.
장난감 수리공
그녀는 낮에만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버릇이 있다. 그 이유를 묻자니, 흉터가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흉터가 생긴 것은 어린 시절에 만난 장난감 수리공 때문이라고 하는데...
어린 시절 회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에 비해 상당히 잔혹한 부분이 많았다. 순수한 시절이라고는 하지만, 생명이라는 지각이 있냐 없냐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상황과 생각을 하게 만드는지 놀라울 뿐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줘야 한다는 말을 하지만, 어른들이 모르는 상상 속에서 현실적으로는 잔인하게 보이는 생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악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건 알아두어야 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혼자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고, 그게 잘못되서 어른들은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발상으로 이어진 것 뿐이다.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뒤틀리는 부분에서는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동물과 식물, 움직이는 가와 움직이지 않는 가. 이거면 대부분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나눈다. 하지만 더욱 세분화된 가정, 거기다 기계장치의 원리까지 포함해서 생각해 본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기계라는 관점이 생긴 이후로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혼선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 잔혹하고 충격적인 내용도 소름돋는데, 마지막 결말까지 판을 뒤집기 때문에 독자가 이제 끝이라 생각하며 안심할 만한 구석이 전혀 없다. 모든 가정과 눈에 보이던 사실이 전부 박살난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
지누는 직장동료들과 자주가는 술집에서 시노다라는 사람을 만난다. 그는 자기가 대학시절 친구이지만, 지누는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누구의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 생각하던 지누에게 시노다는 자신이 겪은 충격적인 일을 알려주는데...
물리학이 기반으로된 시간여행을 다룬 SF다. 시간여행은 허버트 조지 웰즈의 타임머신까지 거슬러 올라만큼 오래됐고, 아직까지도 여러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 소재거리라 여기서도 상당한 충격을 준다.
일종의 현실적인 루프물이라 볼 수도 있다. 일정한 시간대를 돌고도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자각이라는 게 없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걸 자각하게 된다고 생각해 봐라. 시작이 있으면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그걸 끝으로 다른 시작점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게 반복된다면 무슨 일을 하든 거기서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다. 결론에 도달해도 그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가고, 다시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상보다 끔찍한 시간여행이라는 것도 공포지만, 내가 살아가는 현실 곳곳이 왜곡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더 무섭다. 데자뷰라던지, 단순한 기억혼선이 우연이나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지만 현재의 나와는 관련없는 일이라면 도대체 내 눈 앞의 세상은 실존하는 것인지까지 의심스러워진다. 결국에는 내가 하던 일과 내가 알던 사람, 내가 사는 곳이 정체불명이 되는 것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미지가 되버리는 것만큼 무서운 게 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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