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조/엘릭시르
한국소설
★★★★
은근히 최초 논쟁이 생기고는 한다. 원래는 없던 것을 만들거나 시도해서 기록에 남는 만큼 최초라는 타이틀은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추리소설을 읽는 입장에서도 역시 최초는 눈길이 간다. 추리소설의 효시는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 최초의 장편 추리소설은 에밀 가보리오의 르루즈 사건. 그리고 국내 최초의 추리소설은 쌍옥적이다.
나주군수 김승지는 고을 세금을 중앙관청에 안전하게 상납하기 위해 아들 김주사를 보내기로 한다. 목포에서 증기선을 타고 인천항에 내려 철로로 남대문에 도착했을 무렵, 김주사는 세금이 들어있는 행낭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급히 별순검 소속의 정 순검을 부른 김주사는 자신이 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건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다만, 한양에 있을 때 나주에서 온 아버지 편지가 읽던 도중 바람에 날려 성황나무 꼭대기에 걸려버린 일이 있었다는데...
셜록 홈즈처럼 트릭과 암호문이 나오는 구성은 아니나, 당대의 별순검의 정탐활동하는 모습이 흔히 생각하는 탐정 못지 않고 범인을 예측하기 힘든 미스터리적인 구성이 제법 그럴싸 했다. 다만, 지금에는 흔한 천재적인 탐정보다는 진짜 현실에 있을 법한 수사관에 가깝기 때문에 현실적인 탐정소설이라 해야 될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구성답다 할지 모르지만 시원한 해결보다는 갈수록 꼬여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범인의 실체를 놓치는 건 그렇다해도 역으로 공격당해 죽을 뻔하는 등, 여러 고초를 겪기 때문에 이 순검 아저씨가 범인을 잡는 건 둘째 치고 또 무슨 일을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웃기는 건 분명 작중에서 평판으로는 그렇게 무능한 것은 아닌데, 이 사건에서는 헛다리만 짚는 모양새다. 여기에 사건 해결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기 때문에 더욱 더 순검이 안타까워 보일 지경이다. 이렇다보니, 후반부는 거의 악당을 잡는 로드액션 비슷하게 됐다.
비록 완벽한 추리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최초의 시도인걸 생각하면 기대보다 부족할 수는 있어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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