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마루 가쿠/황금가지
일본 소설
★★★★★
세상에 널린 게 나쁜 놈들이다. 살인을 비롯해 사기, 아동학대, 폭력 등. 죄목은 수 없이 많고, 그 만큼 저지르는 사람도 천지다. 문제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선고가 아닌 이상, 이들이 처벌 받아도 언젠가 사회에 다시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과연 나쁜 놈이 어떤 것인가, 용서받는 것이란 무엇인가를 어떻게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누나가 살해당한 일로 범죄자 증오에 시달리는 사에키 슈이치. 그 일로 경찰까지 됐으나 범죄자 증오가 도를 넘어 퇴출되고 탐정으로 일하게 된다. 어느 날, 슈이치는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범인의 최근 모습을 조사해달라는 노부부의 의뢰를 시작으로 처벌받은 이후의 범죄자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개개의 사건 수사와 함께 사에키 슈이치라는 탐정의 개인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연작형식 속에서 이 탐정의 심정변화와 사죄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범죄자로서 해야 하는 사죄와, 피해자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사죄. 또 제 3자로서 보는 사죄. 간결한 분량에 비해 작중 내내 무거운 소재를 계속 던져주기 때문에 가볍다 할 수는 없다. 탐정 본인이 겪은 사건도 무겁지만, 의뢰를 맡은 사건들 역시 만만치 않은 무게를 가지고 있어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어렵다.
아동살해 사건의 피해자 노부부. 아동방임 피해자였던 청년. 범죄를 저지른 동생을 버린 누나. 사기꾼을 잊지 못하는 여자의 오빠. 변호한 범죄자의 갱생을 믿고 싶은 변호사. 이들이 조사해달라는 인물들은 전부 이미 끝난 사건의 가해자들.
범죄를 저지른 이후, 멀쩡하게 살아가는 가해자와 아직도 잊지 못하는 피해자 가족들은 현실에도 많이 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이거다. 가해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는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어떤 식으로 여기고 있는가. 현실에서 얼굴 철판 깔고 뻔뻔한 범죄자의 사례가 많은 탓에 당연한 이미지가 잡혀 있을 것이다. 죽어 마땅하다고. 그런데 이 소설에 나타난 가해자들의 모습과 이들이 처할 결말을 보면 속 시원하기보다는 오히려 무엇이 정답인지 더욱 알 수 없게 만든다.
과연 저게 자신의 죄를 뉘우친 모습일까.
아직도 죄를 뉘우치지 않는 쓰레기라면 복수해야 할까.
가해자들은 행복해야할 권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행복을 파괴할 권리가 있을까.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죄일까.
이 복합적이고 어려운 문제들이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말로 표출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건 단순한 범죄자 미화가 아니다. 피해자도 사람, 가해자도 사람으로 동등하게 보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딜레마다.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면 단순하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게 쉽게 구분지어지면 세상에 발생하는 수많은 분쟁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
악당이란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따져봐야 하는 생각까지 든다. 어린 시절부터 악당은 그냥 나쁜 놈, 누구에게나 피해를 주는 쓰레기 같은 존재라 알고 왔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당시나 이후에도 철면피의 악질이면 몰라도, 처벌받은 이후의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은 악당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피해자들 기억 속에는 분명 악당이다. 그러나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 앞서 말했듯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사죄와 용서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악당이 생겨나지 않으려면 증오를 없애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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