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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왓치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20. 5. 8.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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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왓치

 

스티븐 킹/황금가지

영미 소설/미국 소설

★★★★★

 

 어떤 이야기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매력적이고 영원했으면 하는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엔딩크레딧이 올라오면 무대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조금만 더,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겠지만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없듯이 캐릭터에게도 어느 정도 수명이 있다. 적당히 끝낼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억지로 이어가면 과거의 영광에 먹칠하며 결국 추해질 뿐이다. 끝없이 이어진다고 주인공이 계속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끝을 냄으로서 주인공이 완성되어 영원히 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길고 짧음의 차이가 있겠지만 멋진 주인공의 마지막은 언제나 감사의 인사를 남겨야 마땅하다. 길었으면 꽤 오래 이어진 여정을 무사히 마치느라 고생했다. 짧았으면 아쉬움이 많지만 그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겨줘서 감사하다.

 이번에 첫 페이지에 적혀 있는 작가는 토머스 해리스. 그 유명한 한니발 렉터 시리즈의 작가다. 뭔가 심상치 않게 보여도 이상하지 않다. 한니발의 잔혹성도 상당하지만, 스티븐 킹의 메르세데스 살인마 역시 장난 아니다. 한니발 작가를 언급할 정도면 도대체 빌 호지스에게 어떤 잔혹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일까. , 그 만큼 얼마나 고생의 길이 열린 것인지. 결말다운 결말을 보여주기 위해 어느 정도 크기의 판이 준비되어 있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약간이나마 예상할 수 있는 걸로는 표지에 나타난 피바다 정도일지도.

 빌 호지스는 2009년에 메르세데스 살인마로 인해 전신마비가 된 여성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경찰과 빌은 단순 자살로 판단하는 가운데, 홀리 기브니는 자살동기를 전혀 찾을 수 없다면서 빌에게 현장에서 발견한 미니게임기를 보여준다. 그 게임기는 이어지는 여러 자살사건과 연관성을 가지면서 빌 호지스는 점차 6년 전의 사건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있는 메르세데스 살인마의 그림자를 느끼는데...

 빌 호지스 트릴로지의 첫 발단이었던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시작된 퇴직형사와 천재 사이코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 번 시작된 대결은 제대로 결판이 나지 않는 이상 끝난 것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사건 역시 확실하게 종료 되야 임무종료인 것이다. 곳곳에서 마지막이 강조되듯이 퇴직형사와 천재 살인마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한쪽은 죽을힘을 다해, 또 다른 쪽은 최대한 잔혹하게.

 이번 작품을 보면 스티븐 킹의 공포소설에서 자주 보이던 장치를 볼 수 있다. 이 요소로 인해 다소 현실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작가는 과도한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활용해서 나름 현실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현실과 초자연적인 부분이 경계선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분위기랄까. 어떻게 보면 스티븐 킹 식 추리로 볼 수도 있고, 책 뒤편에 적힌 평가대로 기발한 방식의 장르 파괴일 수도 있다. 문득 작가의 이전 작품 중에서 <그린 마일>을 나쁜 방향으로 틀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이라는 것의 차이지만, 그 하나 만으로도 엄청나게 다른 전개를 보여서 삶과 죽음은 진짜 한끝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진화하는 천재 사이코의 모습을 보며 앞서 작가가 토머스 해리스를 언급한 이유를 점차 알 수 있게 된다.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만 해도 그냥 불우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한낯 천재 사이코가 점점 거의 한니발 렉터와 비슷한 모습으로 완성되어 간다. 공포소설적인 장치가 사용된 것도 이걸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살이 주 소재라는 점 역시 새삼스럽지 않다. 국내에서도 여러모로 꽤 문제로 지적되는 점이니까. 그 중에서 부각되게 다룬 청소년 자살은 전 세계 어디든 예외가 아닐 것이다. 비록 작중에 나오는 상황은 현실과 다를지 몰라도, 자살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너무나 순식간이라 자살예방과 상담이 왜 필요한지 느끼게 만든다. 게임 중독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긴 하나 이것만 보고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보는 건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작중에서 게임은 악의적 장치로 사용됐다. 개인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강요와 압박감의 매개체가 되는 수단으로. 게다가 단순히 게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다. 흔히 생각하는 현실문제로는 전혀 해석이 되지 않는 초현실적인 사건이다. 그렇기에 단순 소재로만 쓰였을 뿐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끝내려고 했을 때, 이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으로 상당한 파장이 일어난 적이 있다. 빌 호지스 역시 그런 아쉬움이 있지만, 왠지 모르게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군거더기 하나 보이지 않고 진짜 끝이라고 받아들일 만한 임무 종료였으니까. 그리고 모두가 아쉽다고 해도 빌 호지스 본인에게는 나름 만족스럽게 끝이 났으니까. 이제 빌 호지스는 무대 밑으로 퇴장했으니 다음 주인공을 기다려보자. 또 어떤 매력적인 주인공이 나타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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