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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20. 3. 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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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스티븐 킹/황금가지

영미 소설/미국 소설

★★★★★

 

 위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가오고는 한다. 일상적인 것에서는 스토킹, 납치, 소매치기, 여기서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가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벌이는 테러나 허용치를 넘어선 검열과 감시가 보이지 않는 위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위협을 부르는 인물이 정말 미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는 하지만, 정작 잡힌 범인은 일상에서 전혀 문제없이 살아온 평범한 사람인 경우가 있다. 단순히 사이코페스라 여길 수도 있지만, 이 사람이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그냥 은퇴 형사와 미제 사건의 범인이 벌이는 대결로 볼 수도 있지만, 현대에 산재된 각종 문제가 결국 어떻게 터져 나오고 보이지 않는 위협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은퇴한 형사 빌 호지스 앞으로 발송지가 미상인 여러 개의 편지가 배달된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2009년 취업박람회장에 메르세데스로 돌진해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도주한 일명 메르세데스 살인마였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명명된 이 살인마는 호지스를 향해 온갖 자만심을 들어내며, 대화를 하고 싶으면 편지에 적힌 사이트로 접속해 보라고 하는데...

스티븐 킹이 쓴 추리소설이라는 것만 보고 읽기에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기대했던 것과 다를 지도 모른다. 일단 알아두어야 할 점이 스티븐 킹의 일상적인 스타일과 하드보일드라는 탐정소설의 특성이다. 하드보일드는 기존 추리소설에서 나오는 트릭이나 암호 같은 것이 나오지 않고, 흔히 말하는 뒷조사나 하는 현실적인 탐정 모습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셜록 홈즈나 일본 추리소설에 많이 나오는 천재 탐정 같은 것과 거리가 멀다. 레이먼드 챈들러와 대실 해밋, 요즘 작가로는 하라 료의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가 더 가깝다 할 수 있다. 여기에 스티븐 킹 식의 잔잔하면서 자세한 일상이 이어지기 때문에 범인과 대결 구도인 상황에서 뭔가 확확 진행되고 치열한 대결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좀 답답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빌 호지스에 대해 보자면, 하드보일드 주인공답게 누추하게 시작하지만 점자 의욕이 생겨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이걸 보면서 마치 삶의 원동력이라는 열쇠를 잃어버려 방치된 차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에 최신기기에 까막눈이어서 종이와 펜으로 조사하는 모습이 구세대 하드보일드 탐정이 노년이 되어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퇴직 형사라는 위치에서 오는 일종의 죄책감이 많이 보여서 편견을 버리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냥 무심코 넘겼다가 나중에 큰일이 터지는 것만큼 심리적인 충격을 주는 건 없을 것이다. 막을 수 있었던 것을 방치했다는 죄책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건 죽을 때까지 트라우마로 남을지도 모른다.

 호지스의 상대, 메르세데스 살인마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그냥 세상을 싫어하는 전형적인 사이코에 가까우면서, 1995년에 일어난 오클라호마 테러 사건의 백인극우주의 테러범과 비슷하게 보였다. 그의 심리상태와 일생이 자세히 나오다보니, 한 살인마가 생겨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굴곡과 사건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가정의 붕괴와 절망 속에서 도저히 희망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남에게 책임전가를 하고 비난하는 것이 전부다. 사람이 극한에 몰리면 잔인해진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누구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돼버리는 걸까. 그 이유를 모르니까 메르세데스 살인범 같은 이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세상을 표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는 미치도록 힘든데 세상은 멀쩡하게 돌아가니, 그들의 눈에는 세상이 절대적인 악이고 미친 것이나 다름없게 보이는 것이다.

 앞서 말한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직접적인 면도 있긴 있었지만, 간접적인 면이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컴퓨터, 인터넷과 관련된 부분인데 해킹이나 사생활 침해, 불법매매 같은 사이버 범죄가 도를 넘어서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먼 미래에는 컴퓨터를 통해 범죄자가 집에 침입하는 일이 벌어지고, 손쉽게 엄청난 범행도구를 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름 발전된 시대라고는 하지만, 빌 호지스의 시선으로 보다보면 여러모로 답답한 구석이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호지스가 컴맹에 현대기기에 까막눈인 옛날 사람이라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긴급 상황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쓸 때 없는 과정이 줄줄이 이어져 있고 거기에 절차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속이 터지는 건 컴맹의 유무와는 상관없는 문제다. 오히려 지금 세대에 태어난 이들에게도 불편한 점이다.

 제목이 미스터 메르세데스이면서 왜 표지에 피로 범벅이 된 메르세데스는 없고, 핏줄기 속에 파란 우산이 있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읽어봤다면 작중에 나오는 어떤 특정요소와 범인을 연결 지어 나타낸 것이나 대량살인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저 핏줄기 속의 우산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핏줄기가 쏟아지는 외부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안전한 우산 아래로 왔지만, 그건 가까이에서 덮칠지도 모르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의 첫 장에는 어느 작가의 이름이 적혀 있다. 제임스 M. 케인. 아마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언급하는 것 같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미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한다. 분위기나 메시지 면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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