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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중간의 집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20. 3. 23.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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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중간의 집

 

가쿠타 미츠요/한스미디어

일본 소설

★★★★★

 

 세상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이라 하고 싶다. 한 번 배우면 언어를 바꾸지 않는 이상 어렵지 않아 쉽다는 생각이 먼저들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의 쉬운 점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자유로움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알아서 절제를 해야 되기 때문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쉽게 사용하는 만큼 단점도 많이 있는 것이다.

 리사코는 우연히 형사사건의 보충 재판원으로 선정된다. 사건은 주부 미즈호가 자신의 아기를 죽인 사건으로 주요 재점은 고의성에 두고 있다. 공판이 진행될수록 미즈호를 보며 리사코는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과거를 다시 돌아보며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는데...

 말을 어떻게 하느냐를 많이 생각해보게 한다. 신경 써서 말을 한다 생각하지만, 정작 상대는 다르게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해는 풀면 그만, 다르게 받아들이면 사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하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정말 끝일까? 과연 그 순간만 그랬다고 할 수 있을까?

 법정 공판에서도 그렇고, 리사코의 일상에서도 그렇고 작중에 말은 엄청 나온다. 대부분 뭔가 정확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보다는, 애매모호하고 때로는 서로 간의 주장이 달라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기도 한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히 알 것 같았다. 서로 주고받는 말은 있어도 나누는 건 하나도 없다는 느낌.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 말이 무의식적인 공격이나 무시로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리사코의 시점으로 본 하루는 아이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나타나 있었다. 부모님이 나의 어린 시절 이랬다, 저랬다 들은 얘기는 많았지만, 리사코를 보며 저런 상황과 비슷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 것 같았다. 감당해야 할 것은 많은데 자신이 힘든 건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돌발행동이 나올 때는 부모의 자질도 의심해보고.

 공판에서 나타나는 미즈호의 경우, 서로 간의 주장이 다른 상황에 일방적으로 자신 외의 모든 걸 나쁘게 보는 경향 때문에 이기적인 인상이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렇게 보일 수도 있다.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결론적으로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은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니 전부 나쁘게 되는 것이다. 미즈호가 자신의 아이를 죽인 것에 고의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미즈호는 상당히 궁지에 몰린 것만은 확실하다는 생각이다.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다 보니, 여러모로 결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해야 되는가, 안 해도 되는가의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걸 건성으로 보이지 않게 하고, 나 자신이 이해하는 척하는 것이 아닌지.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도 중요하게 봤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공감을 해주고 상대를 무시하지 않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힘든 일은 모두가 다 힘든 것이라는 건 다수의 경우를 이용해 개인을 무시하는 것이다. 세상을 볼 때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들 한다. 그러나 사람과 말을 하며 공감하기 위해서는 숲보다는 나무를 세세히 보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숲에서는 나무 하나하나의 특성이나 생김새 같은 차이점을 알아 볼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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