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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조선의 부적들

도서 BOOK/기타 THE OTHERS

by USG_사이클론 2020. 1. 17.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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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조선의 부적들

 

물고기머리(고성배)

민속학

★★★★★

 

 어릴 적부터 나의 관심사는 굉장히 특이했다. 겁이 많은 주제에 염주, 십자가, 해골, 묘지, 비석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다. 부적 역시 그 관심사 안에 있었다. 강시가 나오는 영화에서 처음 부적을 보았고, 여러 무서운 이야기 속에서 퇴마 도구나 정반대인 저주 도구로 쓰이는 모습을 보며 점점 관심도가 높아졌다. 부적 특유의 화려한 무늬. 직사각형 형태의 노란 종이가 뿜어내는 듯한 영적인 기운. 물론 나중에 가서 이 모든 것은 판타지에 지나지 않고 실생활에서의 쓰임을 알게 되긴 했다. 그저 염원을 담은 상징물에 불과하다는 걸. 또한 종이 부적 말고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도. 그럼에도 이 부적이 가지는 묘한 흥미는 여전히 남아 있어 탐구는 계속되긴 했다. 문제는 이런 자료들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그나마 찾을 만한 곳은 대부분 사주나 역술 관련된 것이라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찾아낸 이 책은 내가 잘 모르고 있던 많은 것들이 들어 있어 그야말로 대만족이다.

 이 책에 수록된 부적들은 흔히 생각하는 무당의 부적이 아닌 민간에서 그려진 부적들이다.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자료였는데, 알고 보니 일제강점기에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정리된 자료를 재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목적이 잘못되긴 했지만 어떻게든 정리가 된 자료라는 점에 그나마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영원히 알려지지 않았을 민속자료를 다시 발굴해낼 수 있었으니까.

 내부 구성은 무명부(이름 없는 부적), 유명부(이름 있는 부적), 살짝 부록 격으로 보이는 거병부(병을 쫓아내는 부적) 파트로 나눠진다. 대부분의 부적 설명에는 사용하던 지방, 용도, 사용방법, 제작 방법, 주의사항, 특이사항 등으로 정리되어 있다. 형태가 생각 이상으로 다양해서 개개의 특징을 나열 해보자면 이렇다.


부적 이미지


 첫 번째는 심플함. 보통 부적에서 보이는 복잡한 형태이긴 하지만, 굵고 강한 화려한 선이 아닌 얇고 삐뚤삐뚤하며 간단한 곡선 형태를 가진 편이다. 굵고 정확한 선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경우는 여백이 많고 진짜 간단하게 그려진 경우가 종종 있다.

 두 번째는 특이한 그림. 부적 안에 종종 그림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민간 부적의 그림은 좀 특이한 게 많아 보인다. 사람 얼굴, 사물, 부적 안의 부적, 아라비아 숫자, 동물, 기타 추상적인 그림 등. 곡선의 형태를 보일수록 뭔가 역동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밖에 각 파트 별로 나타는 특징을 살펴보면 이렇다. 무명부는 특이하고 추상적인 형태가 많은 편. 유명부는 같은 이름을 공유하는 다양한 부적, 정해진 이름에서 유추되는 한자가 부적에 나타나는 형태가 많고. 거병부는 흔히 아는 부적처럼 정돈된 형태.

 부적의 독특한 형태도 그렇고, 사용방법이나 용도 면에서도 다양한 점이 많아 창작물에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이미지만 가져와서 쓰기에도 좋고. 본래 활용도까지 살려서 독특한 설정을 만들 수도 있고. 예를 들면 유명부에서 이름만 같은 서로 다른 부적 여러 개를 중첩할수록 더 효과가 강해진다든지. 민속학 면에서든 창작 소재거리 면에서든 좋은 참고 자료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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