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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공포소설가

도서 BOOK/기타 THE OTHERS

by USG_사이클론 2019. 11. 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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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공포소설가

 

전건우/북오션

한국 에세이

★★★★★

 

 여러 장르의 소설을 보는 편이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읽어보려고 한 초창기에는 공포 장르 위주로 봤던 편이다. 그저 막연히 무서운 걸 좋아했고 조금만 둘러봐도 그게 그거인 문방구 괴담집 같은 것이 아닌 소설로 나온 걸 본 적이 거의 없다보니 그렇게 됐다. 하나하나 접하던 그 순간이 정말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그저 단순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뼈가 굵고 탄탄한 무언가가 확실하게 존재했다. 하지만 그때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라 다양한 걸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1년에 번역서나 국내 작품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될 정도고 갑작스럽게 책 읽을 여건이 안 되다보니 이전보다는 많이 못 보는 편이다. 그럼에도 나는 공포 장르를 여전히 좋아하고 신작이 나오면 바로 못 보더라도 쌓아놓고 몰아볼 생각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이쪽 장르 전문 작가님의 에세이가 나와서 아주 좋은 일이다. 국내에서 이 장르에 대해 공감대가 있는 얘기를 들어볼 곳이 거의 없었기에 더 그렇다.

 전건우 작가님을 처음 접한 건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4>에 수록된 <배수관은 알고 있다>라는 단편이다. 읽은지 꽤 됐긴 하지만 나름 짙고 어두운 공포가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또한 꽤 여러 작가님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신작이 나오고 있는 국내 공포소설작가라 여러모로 기대가 됐다. 이 작가님이 만들어내는 공포의 원천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특히 이 부분이 궁금했다. 해외 작가들을 보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기원이 언급되는 경우가 있었기에 그렇다.

 전반적인 내용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내용지만 공포 장르에 대한 애착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나에게는 그저 환상이나 다름없는 오래 전의 <전설의 고향>이라든지, 익숙한 공포소설 작가나 공포 영화들이 언급된다던지. 하지만 역시 가장 큰 공포는 현실에서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것일 테다. 어릴 적의 호기심으로 시작한 작은 모험, 갑작스럽게 다가온 현실적 공포. 이 부분에서 공포의 근원이 보였다. 모두가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만 각양각색인 이미지 말이다. 그래서 작가의 책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여기서 이 소설의 소재가 나왔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마이너 장르 작가만의 고충이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공감이 된다.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 업계에서의 반응, 공포 장르의 현 위치. 특히 일시적 유행이라는 말이 먹먹하게 만든다. 모든 장르가 각자의 개성과 애독자를 가지고 있는데 유행이 끝났다고 사장되는 거나 마찬가지니. 시장논리와 문화적 유행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잘나가는 장르와 별로 유명하지 않는 장르가 같이 남아 있을 수는 없겠냐는 거다. 유명 장르에서 신작을 기대하듯, 비인기 장르에서도 똑같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공포소설 작가의 에세이는 해외 작가, 특히 스티븐 킹 작가의 책 밖에 본 적이 없던 탓에 매우 반가웠다. 여전히 시장이 작고 협소한 편이지만 나는 여전히 기대해 본다. 좀 더 다양하고 많은 공포 작품이 나오기를. 어쩌면 나 역시 써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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