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은/황금가지
한국 소설
★★★★☆
우리나라 설화나 전설을 보면 한 맺힌 내용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것도 약자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어 복수하거나 저주받는 경우. 오래 전부터 이어오며 나름 교훈을 주고 있지만, 지금도 빈번이 옛날과 다름없이 똑같이 일이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다. 인과응보를 돌아보지 않고, 옛날 일이 반복되는 상황이니 과거의 전설이나 설화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형태가 조금 바뀌거나 아니면, 실제로 일어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해무도는 겉으로 보면 괴담과 전설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는 공포소설로 보이지만, 내적으로 보면 추리적인 요소가 확실히 자리 잡고 있는 게 딱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 느낌이다. 국내 미스터리의 참신한 시도만큼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치수는 은사인 정 교수의 부고를 듣고 그의 자택이 있는 섬으로 향한다. 섬까지 배를 몰아준 김 선장은 섬의 전설이나 한옥저택은 불길한 곳이니 하며 치수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선장의 아들의 도움을 받아 저택이 있는 산 너머로 향한다. 하지만 저택은 비어있어 허탈해 하고 있는 상황에 김 선장과 다른 선장인 강배, 그리고 마을 처녀인 초희, 그리고 정 교수의 두 딸까지 저택에 모인다. 정 교수의 딸은 육지에 있는 정 교수 시체의 머리가 사라졌고, 분명히 이 저택에 있을 거라고 하는데...
익숙한 추리적 구조가 많이 보여서 낯선 느낌이 전혀 없었다. 클로즈드 서클부터 밀실, 거기에 고전 미스터리나 일본의 신본격 미스터리에서 많이 나오는 저택 미스터리의 국내 버전 같은 배경. 기존의 구조를 사용하면서 국내 배경에 적용한 점이 정말 참신하게 보였다. 탐정역할 역시, 갑작스럽게 급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타나서 어색하지 않았다.
호러적인 면도 훌륭했다.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가 사람 같지 않은 것이 돌아다니는 분위기에, 귀신 같은 사건이 벌어지는 게 특징인데 거기에 딱 들어맞는다. 아무리 사람이 벌인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음산한 분위기와 전설 속 존재가 공존하는 이상 도저히 귀신의 존재를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
명예욕과 폐쇄적인 섬 문화의 문제점이 돋보이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고 그걸 은폐하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건 이미 뉴스를 봐도 예삿일이라 할 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명예욕이 극한에 다다르면 어떻게 되는지 나타나 있어서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걸 저지르는 것들이 많은데, 이게 심해지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섬 문화에 대한 점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나 과거에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을 생각하면 명예욕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다. 섬에 사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때문에 지역 분위기를 흐리게 되면 고인 썩은 물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고인물이 썩는다는 점에서 명예욕 문제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대체로 전설적인 존재는 자연에서 온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의 귀신은 사람으로부터 온 경우가 많다. 자연은 경이로움으로 인해 공포의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 하지만 귀신은 왜일까. 단순히, 사람인데 사람이지 않아서? 아니면 남들이 모르고 있는 자신만의 죄의식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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