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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9. 3. 1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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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명의술래잡기

 

미쓰다 신조/북로드

일본 소설

★★★★☆

 

 어린 시절의 추억은 대부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좋은 기억이 현재의 나를 심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같은 힘겨운 때에서 벗어나 차라리 옛날, 친구들과 즐겁게 놀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던가. 어린 시절이 더 행복했던가. 이런 식으로 현재에서 과거를 갈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 좋은 추억이 있으면 차라리 낮겠지만 나쁜 기억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현재에 재앙이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그 과거의 그림자는 기억 속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니시도쿄 구의 전화 상담센터로 자살시도 중인 남자의 연락이 온다. 그는 일종의 전화게임으로 하루마다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고 알린다. 상담원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느끼고 정부기관에 연락을 취하지만, 현장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밧줄과 그 뒤에 있는 절벽에 남은 투신 흔적 밖에 남은 건 없었다. 한편, 호러미스터리 작가로 활동 중인 하야미 고이치는 얼마 전 옛 친구인 다몬 에이스케의 심상치 않은 전화를 생각하던 중 경찰이 찾아와 에이스케가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게 게 되고 옛 친구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는데...

 민속학적인 괴기스러움이나 예스러운 분위기가 특징인 다른 작품과 달리 현대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물론 아이덴티티나 마찬가지인 민속적인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현대에 남은 옛날의 흔적에 불과하고 작중 인물 중에서 이러한 요소와 가까운 인물이 없기에 깊은 해석은 없었다.

 현대의 부조리한 면이 상당히 많이 나타나 있어 그 중 몇 개는 작가가 실제로 경험했거나 들은 얘기가 아닌 가 싶을 정도였다. 그냥 경제가 어렵다, 실업율이 높다, 라는 식으로 전체적인 설명이 아닌 개개인의 삶을 자세히 비추며 그 속에 있는 부조리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상당히 많다는 인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호러 미스터리 구성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부조리함이 넘처나는 현대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공포스러운 요소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 자체를 무섭게 만드는 느낌이 있었다. 대체로 미지라는 불특정적인 공포지만, '다레마가 죽였다'로 불리는 놀이가 만드는 기묘한 분위기가 모든 공포를 상징한다고 보면 된다. 뭔가 익숙한 분위기이기는 한데, 어딘가 이질적인 게 있다. 그리고 그게 익숙한 것을 왜곡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공포가 시작된다는 생각이다.

 추리적인 면을 보면 도조 겐야 시리즈 같은 특별한 트릭 같은 게 전무하다. 그저 과거의 기억과 지금까지 일어난 상황 속에서 단서를 찾는 것 밖에 없다. 거기에 연쇄살인 자체에서도 별게 없어서 알맹이만 크고 속은 텅 비었다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중 인물들의 위치를 생각하면 나름 현실적인 전개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를 가장한 탐정역할은 작가의 다른 시리즈의 도조 겐야를 비롯한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도 많이 있지만, 여기에 나오는 작가 하야미는 괴짜스럽지도 않고 천재적인 기믹도 없는 평범한 축에 속한다. 게다가 어딘가 어설픈 면까지 있어서 보통 사람이 탐정 코스프레 하는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이런 인물이 엄청난 추리력이나 해석을 보이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후반부 들어서 어딘가 급하게 전개가 되는 듯한 부분과 좀 지나치다 싶은 우연, 그리고 완전한 미스터리로 남기고 싶은 의도였겠지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설명이 부족하게 보이게 만든 부분이 좀 흠이긴 하지만.

 민속학 요소로 과거의 흔적을 분석하던 걸 생각하면,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작가의 눈과 귀로 현대를 분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민속학 요소를 볼 때는 도조 겐야처럼 봤다면, 현대를 볼 때는 작중 인물들처럼 평범한 위치에서 담담하게 보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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