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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 검역소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9. 3. 1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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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검역소

 

강지영/시작

한국 소설

★★★★☆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현재 우리가 흔히 쓰는 물건들이 조선시대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옛날이라도 조금은 편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지만 상상한 대로 이루어지면 그게 현실인가. 강지영 작가의 신문물 검역소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해석을 보시라.

 함복배는 과거 시험장에서 모 선비 때문에 과거시험에 낙방한 이후, 겨우 과거시험에 합격해 제주도에 있는 신문물 검역소 소장직에 배정된다. 검역소에서는 외국에서 들여온 신문물의 용도를 기술해 왕에게 보고하는 기관이지만, 정작 신문물의 용도를 알 수가 없는 통에 어림짐작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러던 중, 제주도에 표류한 외국 선박에 타고 있던 화란(네덜란드)에서 온 외국인이 검역소에 지내면서 활기를 띈다. 그러던 중, 한양에서 온 송일영이라는 선비가 제주도에 온 이후 여성을 상대로 한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초반에 나오는 그 시대에 없었을 법한 도구를 조선 식으로 해석하는 게 정말 묘미다. 우리가 잘 아는 도구를 이상하게 사용하는 건 기본이고, 제대로 사용하는 박연을 되려나무라는 모습이 개그나 다름 없다. 신문물의 재해석 외에 네덜란드인 박연이 조선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도 함복배의 시점으로 전개되다 보니 일상개그가 되어버린다. 박연에게는 당연한 생활모습이 함복배를 비롯한 검역소 식구들에게는 답답하게 보이거나, 이해하지 못할 행동으로 보이니...

 초반이 이런 식으로 소소한 재미를 준다면, 후반에서는 살인사건을 주제로 미스터리 분위기를 만든다. 다만, 너무 본격 미스터리 다운 느낌을 기대하다간 분명 실망하고도 남는다. 왜냐하면 추리소설스러운 트릭 파해치기, 범인잡기 구조보다는 마치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리즈, 그 중에서 비슷한 걸 꼽자면 모시치 대장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역사 팩션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 곳곳에 나름 실제 역사에 등장했던 부분들도 존재한다. 일단 제주도에 표류한 네덜란드인 박연은 하멜보다 먼저 조선에 와서 귀화해 전쟁까지 참여한 이력이 있는 분이고,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관리를 밟아 죽여 귀양간 코끼리, 임진왜란 이후라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후금과 정묘호란 같은 요소가 그렇다.

 연애, 미스터리, 유머가 같이 존재하는 내용을 보며 이런 게 우리식 시대물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박연을 바탕으로 한 역사 팩션이라 할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의 명백한 주인공은 검역소 소장 함복배이다. 그러니 함복배를 주인공으로 한 시대소설이라 해도 될 법하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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