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너새니얼 호손, 허버트 조지 웰즈, 로드 던세이니/몽실북스
영미소설
★★★★★
목소리 섬_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하와이 몰로카이의 현인 칼라마케의 딸과 결혼한 나. 장인어른은 딱히 일을 하지도 않는데도 여기저기서 돈이 나오는 걸 보고 결국 비결을 물어본다. 칼라마케는 자신이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며 몇몇 물건을 가져오게 하는데...
작가가 살았던 시대를 생각하면 상당히 이색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살던 19세기 당시면 제국주의가 만연해 인종차별이 당연시 되던 때라, 다른 지역에 살던 민족의 신화나 문화를 존중하고 관심을 가진 스티븐슨이 오히려 특이하게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오세아니아의 사모아에서 지역 사람들과 어울려 살다가 돌아가셨으니.
신화적이다 보니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이 분위기를 만들고 상당히 교훈적이다. 섬과 바다를 넘나드는 분위기 속에서 작가가 평소 느끼던 인종차별의 부당함도 반영되어 있어 19세기 환상소설치고는 시대를 앞섰다는 느낌이다.
마술가게_허버트 조지 웰즈
길거리에서 못보던 마술가게를 발견한 나. 그 가게의 물건에 매료된 아들의 성원에 못이겨 결국 마술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신기한 물건들이 많은 가운데 기묘한 가게 주인이 나타나는데...
판타지를 써놓고 마술이라 주장하는 듯한 분위기라 약간 익살스러운 느낌이다. 중간중간에 불안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해서 잔혹 동화적인 부분도 있어 보였다.
환상과 괴기를 넘나드는 분위기를 보면서 어른과 아이가 보는 마술, 환상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마술 가게는 수상한 것들이 넘쳐나는 이상한 곳, 심지어 위험한 곳으로 인식된다. 반면, 아들에게는 신비한 것들이 넘쳐나는 환상의 공간이다. 이런 차이를 보며 아이의 관점을 어른이 수상하고 위험한 것이라 여겨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한한 상상을 한낯 허황된 생각으로 치부해서. 이런 것에 대항하는 위치에 있는 게 바로 마술가게의 주인으로 보였다.
마술가게 주인이 아버지에게 계속 강조하던 마술. 이게 바로 진짜 마술이라 강조하던 건 이런 뜻일지도 모르겠다. 이게 바로 아이들의 상상 속 세계. 진짜 환상의 나라라고.
초록문_허버트 조지 웰즈
어린 시절 방에서 나타난 초록문 너머의 신세계를 경험한 나. 그곳의 분위기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 다시 한 번 가려 하지만, 초록문이 다시 나타난 순간마다 자신의 인생문제와 갈등하게 되는데...
동심과 현실에서의 삶 사이에서의 갈등으로 보였다. 실제 생활에서 초록문은 없어도 이런 갈등을 알게 모르게 느끼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생각해보면 현실에 존재하는 환상 그 자체라 해도 될 것이다.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상상의 나라가 아닌 실존하는 환상. 하지만 삶은 한 시절에만 머무르지 않고 계속 나아가게 되고 만다. 그렇게 점차 현실에 집중하며 앞만 보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어린 시절의 환상은 정말 옛날 이야기 속의 허상이 되버린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나이 따지지 않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느끼고 즐기는 문화가 낯설지 않게 됐지만, 이 작품이 쓰여진 19세기라면 정말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 고민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작중에서 주인공이 고뇌하게 만드는 초록문이라는 것의 정체일지도 모른다.
눈 먼 자들의 나라_허버트 조지 웰즈
안데스 산맥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눈 먼자들만 사는 나라가 있었다. 그곳에 콜롬비아 수도에서 온 한 남자가 굴러떨어진다. 남자는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 자신이 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도리어 주민들에게 제압당하고 마는데...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가 떠오르게 만드는 제목이지만, 눈이 안 보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내용이다. 지정학적으로 고립된 지역의 사회와 문화가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면서도, 오래도록 계속된 고정관념의 대한 괴기스러움이 있었다.
현실세계에 환상적인 세계가 만들어진다면 이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적 사고가 통하지 않고, 고립이 계속되면서 만들어진 독자적 해석과 세계관이 지배하는 곳이 환상의 세계가 아니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눈까지 보이지 않으니 그들에게 환상적인 세계가 없다는 증거를 보여줄 수도 없는 상황이니.
'눈먼자들의 나라에서 외눈박이가 왕이다'라는 구절이 강조되긴 한다만, 작중 주인공이 간과한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눈먼 자들이 자신이 사는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냐는 것이다.
얀 강가의 한가로운 나날_로드 던세이니
얀 강을 따라 상업활동을 하러 다니는 '강에 노니는 새' 호. 이들의 여정은 여유로움과 한가함 그 자체다...
평범한 강가에서 상선이 물건을 판매하러 다니는 내용이라 별거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가의 특징이 시적이며 환상적인 서술이다.
제목 그대로 한가로운 항해 모습과 한가로운 물류교류의 모습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현실적인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거기에 각종 신의 흔적이 언급되고, 가상의 종교적인 분위기가 강해서 이 얀 강이라는 공간은 상당히 신화적인 환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배를 몰고 다니는 느낌이란 어떨지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느긋한 항해로 얀 강을 따라 흘러가는 느낌은 정말 환상적이지 않을까.
페더탑_너새니얼 호손
마녀 릭비는 옥수수밭에 세워놓을 허수아비를 만들다 마음에 든 나머지 아예 사람으로 만든다. 페더탑이라는 이름을 받은 허수아비는 릭비에게 담배 파이프를 피우는 걸 잊지 말라며 신신당부하며 세상 밖으로 나가는데...
밝고 낙관적인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어 뜻밖의 비극이 나름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낭만 허수아비라 할 수 있는 페더탑이 자신감이 충만하고 당당하기 때문에 더 그런 점도 있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인 외모지상주의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페더탑은 자신이 바라보는 시점에 대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외모가 강조된 면이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페더탑이 바라보는 시점이 붕괴된 것에 있다고 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점이 무너진 것이라 하면 될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됐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현실과 환상은 다르지만, 결국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는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고. 아무리 초라한 현실이라도 환상적으로 살아가면 그것대로 긍정적알 수도 있다. 하지만 환상으로 시작해 결국 초라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건, 아무래도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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