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 다쓰키/몽실북스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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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공정함 보다는 개인적인 이해관계나 대가성을 먼저 따지고, 제대로된 논의도 않고 끼워 맞출 생각만 한다. 잘못된 판결이라도 그걸 증명하는데만 몇 년의 세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거꾸로 따지고 들어가면 대부분 사소한 부분에서 실수나 판단을 잘못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렇다는 건, 나 또한 어딘가에서 잘못 걸려들면 말려들 수도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잡혀들어가 무고하게 유죄를 선고받은 피해자 역시 곳곳에 널려 있다는 것일테고.
야마나시 현의 재력가 와타나베 쓰네조의 딸, 미카가 납치 당한다. 범인은 몸값 1억엔을 요구하지만, 경찰의 판단 아래 전해지지 못하고 결국 미카는 시체로 발견된다. 범인 검거에 총력을 다한 경찰은 가방에서 발견된 지문을 토대로 인근에 사는 무고한 청년을 체포한다. 청년은 무죄를 주장할 틈도 없이 경찰의 묻지마 식 수사로 범인으로 확정되어 가는데...
형사사건 변호사가 직업인 작가답게 곳곳에서 경찰 수사 및 사법체계에 대한 세세한 설명이 뒷바침 되어 있다. 뉴스나 관련된 부분이 나오는 소설에서 많이 나오던 장면이라도 전문가적인 코멘트로 실제현장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 짚어준다.
시사프로그램에서 사건을 다루는 듯한 르포형식이다 보니 앞에서 한 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그 상황에 대한 평가가 같이 기술된다. 각종 보고서 관련 부분까지 어느 정도 상세히 보여주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조작이 이루어졌는지 확연히 볼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같다고 할까.
무고 사건으로 진행되다보니 보통 여러 논의가 되야할 부분 상당 부분이 답답하게 넘어간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생각을 해보지만, 소설 속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생각 밖의 실수를 저지르는 걸 종종 볼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도 그걸 책임지기 싫어 밀어붙이는 것도 그렇고. 그럼에도 중단할 수 있을 시기를 넘겨 계속 폭주하는 모습은 국내에서도 있었던 각종 누명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가장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게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었다. 경찰의 강압수사, 허위자백 등등, 미묘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인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항소과정에서 변호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알 수도 있었다. 간혹 보게 되는 법정 재판에서 검사와 변호사, 또는 변호사와 변호사끼리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장면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다. 여러 기관을 돌면서 절차에 필요 서류, 또 맡은 사건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활동까지. 변호사라는 직업이 이렇게 바쁘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과정만으로도 힘들텐데 의뢰인 또는 피고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까지 한다면 그 만한 좋은 변호사는 없을 것이다. 물론 역시나 예외가 있기 마련이겠지만.
이렇듯 무고한 사람이 누명을 쓴 사건을 통해 법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게 하면서,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더 중요한 사실도 알려줌으로서 사건수사와 법정공판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게 한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명백한 증거도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진술조서가 임의로 아무렇게나 작성될 수도 있다. 또, 이것도. 누명하나로 여러 사람의 인생이 박살나고도 그 누가 책임을 질 수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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