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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피망

도서 BOOK/소설 NOVEL

by USG_사이클론 2019. 3. 3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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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피망

 

 

 

배명훈, 박애진, 김수륜, 김종욱, 김보영

 

한국 소설

 

★★★★☆

 

 

 

 한 주제를 가지고 단편선을 만드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그것도 흔한 소재가 아닌, 생뚱맞은 것으로 말이다. 피망 단편선은 생뚱맞은 것으로 이미 만점이라 생각한다.

 

 과연, 피망으로 어떤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지.

 

 

푸른파 피망_배명훈

 

 푸른파라는 행성을 두고 우주에서 두 행성간의 전쟁이 벌어진다. 푸른파를 탐사하러 온 두 행성의 연구원들은 어느 행성의 영토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 보급품을 받으며 버틴다. 그런데 보급품이 들쑥날쑥하면서 주인공이 사는 연구소의 상황은 좋지 않게 흘러간다. 그러던 중, 상대 진영에서 친하게 지내는 채은신지와 주인공은 서로를 망원경으로 지켜보며 보급품을 자랑하며 장난치던 중, 주인공은 채은신지네 진영에 채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주인공과 채은신지는 서로 사는 행성의 공전과 주기 차 때문에 나이로 자주 싸운다. 하지만 말이 싸우는 것이지 거의 장난에 가깝다. 그래서 대기권을 기준으로 그어진 국경선 앞에서 식량을 자랑하며 경쟁하는 모습은 웃기기만 했다.

 

 작품 속 상황은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한 종류의 음식을 먹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이 나타나있다. 편식하는 아이에게 동화로서 읽어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피망이여 빛이여 아득한 하늘이여_박애진

 

 이 씨의 성을 가진 한 남자가 강원도로 귀농을 해서 피망 농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피망 농사에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유 씨라는 도사가 찾아오는데...

 

 동양 판타지 같은 분위기로 시작해서, SF/판타지 같은 분위기로 끝났다고 본다. 한 사람이 자연과 함께 어울리면서 교감하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유 씨라는 도사의 행동을 보면, 단순히 이 씨네 집에 머물다가려는 방랑자 같았다. 하지만 말투를 보면 자연을 수호하는 파수꾼이라 해도 될 것이다.

 

 이 씨는 뭐든지 일이 안 풀리면 자연의 탓이라고 한다. 그러면 유 씨는 호통을 치면서 문제는 인간이라고 반박한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 일지도 모른. 자연은 그대로 있는데, 건드리는 것은 인간이니까. 이제부터 자연을 탓하려면, 사람이 무슨 짓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부터 해야 될 것 같다.

 

 마지막에 먼 별에서 지구까지 이동한 외계종족의 등장은 왠지 멸종동물을 비유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종족은 고향 행성에서 타종족 대표자가 자기네 종족들을 생각하지 않은, 행성 재배치로 인해 멸종위기를 겪었다고 한다. 마치 인간의 개발로 희귀생물이 멸종위기를 겪거나 멸종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 씨가 이 씨에게 이 종족들이 살게 도와주는 일이 복 받은 일이라고 한 것은 이런 뜻인 것 같다.

 

 

피망 유감_김수륜

 

 가슴에 칼이 박힌 나는, 같은 상처를 입은 친구와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던 중, 어떤 특별한 식당을 발견하게 되는데...

 

 나와 친구는 칼에 찔려서 상처 입었다고 나오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나온다. 그래서 겉으로 들어난 상처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사람들이 나에게 칼이 박혀서 피가 나오는데도 신경을 쓰지 않는게 이상했다. 칼이 나에게만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모두에게 보이지만 남의 일이라고 무시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 타인이 그 칼을 박은 것이 고의인지 실수인지도 알 수 없다. 혹시 마음의 상처라는 게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받은 마음으로 시작된 내용이라 그런지 대체적으로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같은 무게_김종욱, 김보영

 

 다른 차원에 있는 또 다른 나의 몸에 다녀오려다, 예상치 못한 차원에서의 다른 삶을 살아가는 나. 원래는 과학자였으나 다른 차원에서는 농부로서 농사를 짓는데...

 

 실제로 쓴 농사일지가 실려서, 작중 주인공이 농사를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로 인생에 대한 허탈한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 다른 차원으로 또 다른 인생을 경험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서 보통사람과 주인공의 기억구조가 나온다. 그런데 보통사람은 나무처럼 새정보가 들어오면 신경세포를 통해 기존에 저장했던 정보와 연결되는 반면, 주인공은 아무렇게나 쌓인 돌 더미처럼 정보가 쌓이기만 한다. 과연, 우리는 보통 사람과 주인공 중에서 어디에 속할까?

 

 기억구조에 대한 내용도 인상 깊지만, 뇌에 관련된 내용에서 큰 의미가 느껴졌다. 뇌가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무게를 달고 순위를 비교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열등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계화된 세상에서의 반복된 생활이 뇌에 정보를 쌓이게 만든다고 한다. 이것은 삭막한 세상이 다양한 생각을 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주인공이 특히 많이 고뇌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잘못돼 보이고, 이상하게만 보이는 것을 상대방이 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것을 세상의 규칙에 맞지 않는다고 틀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세상의 규칙에 벗어나는 사람이 비정상이 아니고, 그 사람만의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작물마다 농사하는 방법이 다르듯이 말이다. 예를 들어 피망, 고추, 옥수수가 있는데, 피망의 규칙으로 고추, 옥수수 농사를 하려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물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규칙으로 농사를 하면 잘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타인의 규칙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모두가 행복해 질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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