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야, 팽달
아트북
★★★★★
지역 색이 강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가 생긴다. 특히 지역 전설이나 괴담 쪽으로 분류되는 무서운 이야기 같은 건 반드시 찾아보는 편이다. 영화나 소설, 만화 등에서 많이 쓰일 정도로 흔해진 것들이 늘어나다보니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 많겠지만, 해외 정보도 그냥 지나치기 아깝다. 그것도 한정으로 나와서 나중에 구하기 힘든 것이라면 더 그렇다.
이 책에 대한 정보는 작년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판매 했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알게 됐다. 표지에 적혀 있는 정보만으로도 굉장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현장에 있었는데 못 보고 지나쳤다는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다. 보고 싶은 게 있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떻게든 찾아내는 성격이라 판매처를 최대한 알아보다가 이렇게 볼 수 있게 됐다.
이 책에는 타이완에서 전해지는 요괴와 함께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함께 실려 있다. 그림은 아름답고 기묘한 분위기를 띄면서 어딘가 중국 느낌이 나는 건 공통적이지만, 저자 두 분이 나눠서 그렸기 때문에 그림체의 차이가 보인다.
타이완의 요괴를 보면 중국 본토의 느낌과 많은 부분에서 분위기가 달랐다. 옛날부터 내려온 고전적인 것부터 현대적인 분위기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해서 놀랐다. 여기에 기담보라는 이름답게 신문기사 형식으로 실린 어느 정도 창작된 스토리도 재미를 더해준다. 이하는 소개된 요괴 및 도시전설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이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많이 반영된 것처럼 바다와 관련된 것이 꽤 많다. 팔보공주, 어우, 해와상이 그에 해당된다. 특히 팔보공주의 경우는 정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귀신이라 여러모로 신기했다. 바다와는 관련 없지만 임투나무 아씨의 경우도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많이 반영된 것이 보였다. 뱀신랑과 지기주는 토속적인 느낌이다. 특히 지기주는 세세한 부분에 다른 부분이 많지만 느낌만 봐서는 우리나라로 보면 가택신, 그 중의 성주신과 비슷한 부류로 보인다. 석류귀는 여기에 실린 요괴 중에 비주얼로서는 가장 기괴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징그럽다고 해야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우산귀는 일본의 츠쿠모가미 중 하나인 카라카사와 상당히 유사하게 보였다.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타이완의 일제 강점기 당시에 전래된 것이 아닐까 추측되지만 섣부른 단정은 금물이다. 옛날 그림에 나오는 종이우산이 원래 중국에서 유래됐고, 타이완의 우산귀 외형이 반드시 카라카사와 똑같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다소 현대에 가까운 도시괴담으로 분류되는 경우를 유독 흥미로웠다고 하고 싶다. 종이인형 요괴는 상당히 특이한 괴담이다. 인형이 매개체가 되는 괴담이나 귀신은 여러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데, 종이인형이 나오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일본 창작물에서 음양사가 식신을 다루거나 술법을 쓸 때 사람형태의 부적 같은 걸 사용하는 모습을 본 게 전부다. 다른 인형들에 비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서 인지 파급력이 상당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폭죽공장 괴담은 20세기 초반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인 부분이 보였다. 지박령으로 보이면서 꽤 괴기스럽다는 인상이다. 벽게는 거미와 관련된 괴담인데 상당히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점이 신기하면서, 거미 자체에 대한 공포에서 변형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화조는 설명을 보면 간단하고 별거 없어 보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불에 대한 위험성은 여전한 만큼 여러모로 무서운 존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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